5월2일 서울에서 발생한 유치원생 2명의 혀를 자르고 성폭행한 범인이 올해 11세의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허탈감에 빠지게 한다.
어떻게 이처럼 흉악하고 소름끼치는 범행이 11세의 소년에 의해 저질러질 수 있었는지 쉽게 믿기지 않는다.
이 범행은 문제의 학생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달아난 20대 청년 이모씨와 공모해 저질렀다고 한다.
한 마디로 이 사건은 현재의 우리 사회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사건이다. 이것은 곧 우리 사회의 자업자득이라는 사실이다.
태어날 때 한 점 허물이나 범죄의 티가 전혀 없었던 그 아이가 그토록 엄청난 범행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사회가, 우리의 아버지·어머니가, 소위 ‘어른들’이 모두 공범자들이 아닌가. 지금까지 어린이들에게 온갖 비행과 폭력과 범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부추긴 장본인이 바로 어른들이 아닌가 말이다.
어린이들을 볼모로 돈벌이에 눈이 먼 몹쓸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병들고 언제라도 끔찍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예비범죄자로 그들을 키워온 것이 사실 아닌가?
그동안 어린이들의 정신을 좀 먹고 정서를 해치는 불량 저질의 만화나 전자오락·비디오 등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여태껏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주변을 정화해야 한다는 소리가 벌써 수십 년 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그 정화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는 보고 듣고 배운 것을 흉내 낼 따름이다. 그러기에 어린이가 문제가 있고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탓은 어른들에게 있는 것이다.
이번의 혀 자르기와 성폭행도 벌써 수도 없이 어른들에 의해 자행된 범행의 재현일 뿐이다.
어른이 어린이의 잘못을 보고도 나무랄 수 없는 사회-이 사회가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에 비참한 마음을 감출 길 없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한탄만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새 정부의 개혁차원에서 어린이들을 병들고 죽게 하는 못된 어른들을 추방하고 해악한 문화를 퇴치하는 일에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하겠다.
맑고 싱그러운 5월이 어린이들에게 동심의 나래를 한없이 펼칠 수 있는 가절(佳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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