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대던 아이의 목소리가 한참동안 조용하다.
순간 걱정스런 마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찾아보니 멀리 성모상 앞에서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고개를 쳐들고 쳐다보고 있는 아이의 작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3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내가 본당 사무실 사무원으로 근무한 지가 만 3개월.
신앙생활을 시작한지 3년도 채 되지 않고 그동안 충실하지도 못한 내가 믿음에 대한 갈망으로 허우적거릴 때 뜻하지 않게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신앙인 이전에 한 인간이었던 내가 지금 이렇게 일하는 기쁨에 넘쳐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주님의 성전에서 나의 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딸린 주부가 일할 기회를 갖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주저하고 있을 때 비록 작은 군종본당이지만 나 같은 주부가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신앙의 기쁨을 체험시키기 위한 주님의 뜻이리라.
육체척인 고통과 병으로 1년여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기도는 오로지 주님을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누군가의 기증으로 우리 본당에 컴퓨터를 들여왔을 때 직접 관리하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했지만 감히 말도 꺼내지 못하고 쳐다만 보고 지낼 때 같은 구역에 있는 자매님의 설득으로 이렇게 일을 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주님의 은총이라 여기며 오로지 주님의 필요로 하는 그날까지 가정의 불편함과 육체의 피곤함은 잊은 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일도 나의 예쁜 실비아와 같이 산길을 걸어서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출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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