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초입에서
“엄마!” 사무쳤는데
목이 메어 더 부르질 못했다.
살아서는
내게 흙 물 숨길 햇빛이었는데
이제는
까마득하기만한 하늘, 먼 시간이 되어버린
우리 엄마…
엄마 젖가슴 같은 무덤앞에서
나는 무릎팍을 두 팔로 끼고 쪼그려 앉아
돌아갈 집도 없고 아는 사람 하나없는 실향민이 되어
가슴을 치고 어깨를 두드리는 찬바람을 피하며
뼈를 후비는 외로움을 잊으려 그저 몸을 조금씩 움직여 본다.
마흔 일곱은 세상이 내게 먹인 세월이지만
엄마 앞에선 언제나 “세상에서 제일 잘난 내 새끼”일뿐,
추억 향수로 남지 않고 그냥 살아서 나와 함께 말하고 생각한다.
그러니, 네 엄마는 이제 없다는 말일랑 제발 말아들 다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훌쩍이다가
살아있다는 깨달음에 코를 한 번 더 풀고
우리 엄마가 제일 아끼는 “내 새끼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재우려고
야무지게 마음을 추스리며
엄마와 같이 대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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