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검사(檢事)들이 신부(神父)님들을 부러워 할 때도 잘 없을 것 같다.
사정(司正)이다 슬롯머신 배후세력 수사다 해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검찰로서는, 수년 동안 묵은 비리를 캐내야 하는 고통과 부담이 여간 아닌 형편이기 때문에, 제 발로 찾아와서 자기 지은 죄를 술술 털어놓은 고해를 앉아서 들을 수 있는 신부님의 처지가 부러울 것란 뜻이다.
궤변이 섞였지만, 새정부 출범이후 개혁 작업이 진행되면서 드러나고 있는 「양심실종」의 모습을 보면 그러한 검사들의 심정도 이해할만 하다. 왜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꼼짝없이 꼬리를 잡혀야만 자백하는가.
애초에 비리를 저지를 때부터 이미 양심은 때묻었겠지만 명색 무골출신의 사성(四星)장군 출신들까지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검찰에 불려가서는 결국 구속돼 버린다. 그러한 양심을 두 번 팔아버리는 모습들에서 오늘날 양심실종의 시대에 함께 살면서 고해성사에 익숙해져있는 신자들로서는 작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깐 뒤돌아보자.
개혁 후 지금까지 사정의 칼을 맞은 비리계층치고 처음부터 용서를 청했거나 스스로 비리를 고백한 경우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하나같이 “아니오”라고 하거나 여차저차 ‘변명과 구실’을 먼저 내세웠을 뿐이다.
그러나 결국은 예외 없이 거짓을 폭로 당했다. “아니오”라고 부정했다가 다시 “예”라고 시인해야 할 때의 양심의 아픔은 두 배라는 사실을 정말 몰랐던 것일까.
꼬리를 잡히지만 않는다면 끝까지 양심을 속이고 지나가야겠다는 어리석은 노력, 법과 수사관만 속일 수 있다면 자신을 속이는 것은 아무 부담도 안 된다는 그릇된 용기.
지금 우리는 그러한 허망한 노력과 용기만 가득 가득 지닌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음을 개혁정부의 사정을 통해서 확인한 것이다. 그러한 사정 성과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그러한 확인이 우리 모두에게 무슨 소득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사정 정부로서는 권위를 돋보인 소독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나마 조그만 양심이라도 곱게 지니고 살아왔던 많은 평화로운 이들에게는 나만 바보가 아니었나 하는 혼돈과 흔들림만 심어준 것은 아닐지 의문스러운 것이다.
인간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또 그렇게 잦은 잘못을 범할 만큼 약한 것이 인간임을 하느님께서도 인정해 주고 계시다.
그리고 그러한 잘못을 용서하고 사해주시는 베풂의 기회까지 교회를 통해 열어주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때때로 양심이 더럽혀질 때마다 죄 사함을 통해 다시 양심을 씻고 또 더럽히고 다시 씻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면서 살아간다.
그 횟수가 잦느냐 뜸하냐는 차이만이 있을 뿐 영원한 죄 없음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드물어 간다.
사정의 회오리바람에 의해 대중의 시선이 몰리는 공중으로 휘말려 올라간 몇몇 비리 대상자들의 벌거벗긴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 신자들은 그지없이 깨끗한가 하는 자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고해성사가 사제의 죄 사함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우리 신자들 중에 사정(司正)당한 사람들과 크게 다른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한 예로 절도죄는 검사에게 자백할 경우 사법처리 될 수밖에 없지만 신부님께 고백하는 경우는 사법처리는 없다. 그 베풂과 사함의 사랑을 그릇이용하고 있는 신자는 없는가 하는 문제를 요즘의 사정을 바라보면서 생각게 된다.
우리는 사제에게 바치는 고백을 검사 앞에서 자백하는 심경보다 몇 십 배 더 처절한 반성의 가슴으로 해야만 한다.
사법처리 없이도 양심의 회복을 치유해주는 죄 사함의 은혜야말로 얼마나 큰 성은인가.
우리는 사법처리 없는 고해성사의 정신과 뜻을 잘 깨달아야 한다. 그저 습관적으로 건성건성 넘어가면 성사의 참 뜻을 잃게 된다.
검사 앞에 서면 사법처리 될 죄는 결코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사정당한 사람들과 우리는 무엇이 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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