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의 신원(身元)과 역할 및 특전과 덕행은 그분이 ‘모든 인류와 그리스도인의 어머니’라는 관점에서 살펴봄이 옳을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염하는 성모 호칭기도(성모덕서도문)를 보면 성모의 호칭이 48가지임을 알 수 있다. 그 중 12가지는 어머니 또 12가지는 여왕 7가지는 동정녀이며 나머지 17가지는 구원의 신비와 관련된 상징 및 기타의 개념 등이다. 이것을 보더라도 성모의 3가지 중요한 역할과 직분을 쉽게 알 수 있다. 모든 호칭들 중 가장 탁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천주의 모친’이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특별한 섭리와 개입에 의하여 성사를 잉태하고 그리스도는 모친의 태와 혈육을 통하여 세상에 오신 것이다.
구세사에 있어서 이러한 마리아의 특이하고 탁월한 위치와 역할을 감안할 때 마리아의 평생 동정성은 쉽게 알아들을 만하다. 마리아는 오직 성자 그리스도만을 위해 성부의 특별한 간택을 받은 동정녀요 성자를 출산한 후 그리스도께서 구속활동을 마칠 때까지 온전히 그분만을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고 봉사하셨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마리아는 동정성과 함께 모성을 지닌 특이한 여인으로 모든 여인의 모범이시다.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만큼 그리스도의 형제자매가 된 우리의 어머니가 됨은 당연한 일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상에서 수난하실 때 십자가 아래에 서 계신 당신 모친을 요한 사도에게 맡기셨을 때 요한은 성모를 어머니로 모셨고 따라서 마리아는 그리스도를 섬기고 따르는 모든 이의 영적 모친이 되신 것이다. 성모께서 그리스도를 사랑하시듯 그리스도의 형제자매인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서 사랑하신다.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에 전적으로 헌신한 마리아는 천상에서 당신 아드님 곁에서 세상을 위해 구원의 은총을 끊임없이 간청하시며 특히 교회를 위해 기도하신다. 마리아의 전구는 그 어떤 성인들의 기도보다 효력이 크다. 그것은 마리아의 모성적 중개성 때문이다.
그러나 성모를 통해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셨으므로 마리아를 통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의 은총이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마리아의 전구와 모성적 중개역할을 통해 풍성한 은총이 내릴 수 있으나 마리아를 통하지 않고서는 은총이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교회에서는 흔히 ‘그리스도를 통해 성부께로’라는 표어와 함께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께로’라는 표어를 표방해 왔었고 이로써 마리아는 그리스도와 함께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하느님과 인간사이의 유일한 중개자인 그리스도의 중개성에 어머니로 참여할 뿐 결코 또 다른 중개자는 아니다.
인간에 대한 성모의 모성적 자애(慈愛)가 아무리 넓고 크다 해도 그것은 본질상 하느님의 사랑에 근거하고 따라서 성모를 통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현현이다. 인류와 당신 자녀들에 대한 성모의 사랑과 배려는 주님이요 하느님이신 성자의 구원의지와 온전히 일치하고 전적으로 그것에 종속될 따름이다. 마리아는 어머니요 동정녀로서 교회를 표상한다.
중세 성모신심이 절정에 달했을 때 동정 마리아는 피조물의 아름다운 것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여겨졌으며 가장 거룩하고 정결한 여성이요 모든 덕을 완전히 갖추신 인간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우리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어떤 여성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모의 특이하고 탁월한 신분 지위 성덕을 보게 되고 반대로 마리아를 나자렛의 평범하고 이름 없는 여인임을 감안할 때 여느 여인과도 다르지 않는 범속한 인간성과 성품을 보게 된다.
마리아는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후 인간으로서는 가장 먼저 또 온전히 구원되셨다. 그분의 몽소승천은 장차 그리스도의 부활과 영광 개선과 왕권에 참여할 교회의 전조(前兆)요 희망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을 영원한 아버지로 마리아를 영원한 어머니로 모시고 사는 하느님의 자녀이다. 어머니가 없는 자녀들이 적적하고 슬프고 불행함을 생각할 때 우리에게는 영원한 천상모친이 계셔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마리아께 대한 올바른 신심
①마리아는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의 모친인 만큼 모든 성인이나 천사를 보다 월등하게 높이 공경해야 한다(上敬之禮).
②마리아는 모든 인류와 교회의 영적 모친이므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마리아의 모성적 사랑과 보호에 의탁하고, 언제나 우리를 위해 당신 아드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청해야 한다(祈禱).
③마리아를 어머니와 여왕으로 부르고 섬기는 그 만큼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게 살려는 의식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만이 성모를 영화롭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실천적 신앙행위).
④마리아에 대한 사랑과 공경이 결코 성사에 대한 흠숭을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진되는 것이 된다. 그러나 마리아에 대한 과도한 신심과 그릇된 공경은 지양되어야 한다. 특히 개신교나 타종교 신자들로 하여금 가톨릭교회의 마리아 공경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
⑤마리아 공경은 정통교리와 교회의 전례 및 신심에 근거를 두어야 하며 그것은 언제나 진리와 은총과 덕행의 근원이신 그리스도께로 향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⑥신심생활에서 감성이나 정서가 중요한 몫을 하나 감정이 신심과 동일시되거나 신심의 진실성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성모공경의 참다운 척도는 하느님에 대한 헌신적 사랑과 교회와 세상을 위한 봉사 전례와 성사생활 및 기도 등의 종교적 행위에 근거한다.
⑦특히 현대에 들어 교회는 성모발현과 관계된 메시지(사계시)와 기적 등을 인정한 바 있다(예:1830년 파리 1846년 라·살렛뜨 1858년 루르드 1917년 파티마 등).
⑧그런가 하면 발현이나 사계시 또는 기적 등 신비현상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호기심은 많은 오류와 사이비신심을 낳았으므로 교회는 신앙을 옹호하고 오류를 막기 위해 그릇된 신심을 단죄하고 언제나 올바른 신심생활을 가르치고 권장해왔었다. 1858년에서 1957년까지 5천 건의 루르드 기적심사청서 중 오직 58건만 기적으로 인정된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성모출판사 발행 영성생활시리즈 13권(올바른 성모신심)및 19권(신비현상과 영의 분별)참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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