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미국 인디아나주에 있는 사우스 밴드라는 조그만 대학도시에 ‘찬미의 백성’이라고 하는 크리스천 공동체에 입회해 함께 생활하며 공부를 한 일이 있었다. 평신도들로 구성된 이 공동체는 90%가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 도시에 모여 살면서, 각자의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하느님과의 계약과 공동체의 규약에 의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크리스천 공동체였다. 이 공동체는 사도시대의 신도공동체를 연상케 했다. 처음 그곳에서의 생활은 매우 낯선 경험이었다. 모든 것이 생소한 중에서도 ‘주님의 날(Lord’ s Day)’이라는 주말행사는 각 가정에서 하는 만찬예식이었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고 하신 하느님의 계명을 실천키 위하여 토요일 오후에 모든 가족이 함께 모여 때론 이웃을 초청하여 안식일을 시작하는 거룩한 예배와 만찬식을 갖는다. 이때 모든 가족들은 돌아가며 지난 한주간의 삶을 보살펴 주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그 집의 가장은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여 가족과 이웃들과 같이 나누며 주님의 만찬식을 기념한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거창한 저녁식사를 하고 파티를 한다.
또한 일요일은 각자의 본당에서 주일미사를 하고 오후에는 전체 공동체 가족들이 모여 또 한 주간을 잘 살아가기 위해 기도 모임을 갖고 주님을 찬미하고 주님을 증언하고 공동체 지도자로부터 영적인 삶을 위한 가르침을 듣는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그냥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듯 여기 저기 모여 신앙생활을 나누는 것은 흔한 모습이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기엔 그들 모두는 한가족이었다. 어느덧 나도 한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에야「아하! 이것이 바로 크리스천 공동체라는 것이구나」하고 진실로 이해하고 알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만 알던 크리스천 공동체라는 것이 생활 안에서 실현되게 하려면 많은 노력과 희생과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곳의 사람들은 저마다 예수님의 가족들이 되기 위해 단호한 결단과 희생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하게 보였다.
지금 나는 복잡한 대도시에 살지만 마치 고향을 그리워하듯 그곳 예수님의 가족들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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