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의 한 사제가 봉고차에 고해틀을 싣고 냉담자들을 찾아 나섰다는 보도(본보 5월23일자 14면)는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현재 부산 괴정동본당 주임인 조용걸 신부는 본당에 부임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냉담자 5백여 명을 회두시켰다고 한다.
조 신부가 이 일을 시작하게된 것은 냉담자들이 회두의 마음이 일어나도 선뜻 나서지 못할 때 “사제가 찾아가 어루만져주면 쉽게 돌아올 수 있다”는 체험에서였다.
20년간 군사목에 투신, 육군 군종감까지 지내고 제대 후 본당을 처음 맡은 지 3개월 만에 그 같은 큰 성과를 올린데 대해 조 신부는 “한국인들은 정으로 사는 사람들이기에 신부가 먼저 찾아가 대화를 나누면 아무리 오랜 냉담자도 대부분 돌아온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조 신부는 “한국교회가 너무 관료적이고 교회가 영혼의 쉼터가 아닌 또 하나의 답답한 관료사회가 된 것이 냉담자 발생의 한 원인”이라면서 특히 “사제의 봉사자로서의 신분자각”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지하는 것처럼 냉담자 사목은 한국교회 최대현안 중의 하나이면서도 뚜렷한 해결방안 없이 표류해오고 있는 상태이다.
냉담자 사목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가는 92년 말 현재 한국교세 현황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지난 한 해 전국 신자 증가 수는 14만3천3백여 명으로 전년에 비해 4.9%증가했는데 냉담자는 한 해 4만8백여 명이 증가, 결국 전체 신자증가수의 30%가량이 냉담자로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냉담자에 행방불명자를 합친 수는 75만8천3여 명으로 이는 전체 신자수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곧 전 신자의 4분의 1이 냉담 혹은 행불자라는 사실은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해결이 시급한 것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교회 내에서는 본당이나 교구 혹은 전국 차원에서 냉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연구와 방법 등이 거론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본당사목 책임자가 일일이 신자가정을 방문, 냉담자들을 만나고 고해틀까지 가지고 다니며 성사를 베푼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우리 한국교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 사제가 앞장서면 안될 일이 없다는 변함없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실증해보인 것이다.
‘신자있는 곳에 사제 있다’는 좌우명으로, 50대 중반을 넘었으면서도 TV시청할 여유조차 희생해가며 신자 사목에, 특히 냉담자 회두에 전력을 쏟고 있는 조 신부의 열성은 모든 본당 사목 사제들에게 하나의 귀감이 될 수 있으리라. 조 신부님께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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