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전력 증강사업인 율곡사업에 대한 부정시비로 세상이 시끄럽다보니 나도 특별감사 대상에 걸리지 않나 하는 엉뚱한 걱정이 생길 때가 있다. 왜냐하면 나는 비밀리에 폭탄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농담 삼아 학생들에게 내가 공장장이라고 했더니 무슨 공장장이냐, 간장공장 공장장이냐고 묻는다. 그게 아니고 폭탄공장 공장장이라고 대답했더니 무슨 폭탄이냐고 묻는다. 그래서 사랑의 폭탄이라고 설명했다. 신학생들이 비둘기 같이 겉으로는 얌전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나갈 때는 가슴가슴에 사랑의 원자폭탄을 품고 나가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 말을 듣고 어떤 수녀님이 폭탄도 좋지만 제발 불발탄이나 오발탄을 만들지 말라고 비꼬았다. 하긴 입만 벌리면 사랑을 외치지만 자기 스스로는 사랑을 실천 못하는 사제도 있고 사랑을 쏟아야 할 곳에 쏟질 않고 엉뚱한 곳에 폭발시키는 사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처럼 그렇다고 이 사랑의 폭탄을 만드는 일을 결코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교회의 구조를 성령께서 내재하시기에 신인적 구조(神人的 構造:Structura Theandrica)라고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세상 정치단체와 다름없이 단체장이 있고 법이 있고 설립목적이 있다. 교회헌장에선 ‘이 백성의 으뜸은 그리스도 자신이요 이 백성의 율법은 사랑의 계명이요 이 백성의 목적은 하느님 나라 성취이다’(9항)라고 한다. 즉 교회의 존재목적은 하느님 나라 건설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하느님 나라의 특징은 무엇인가. ‘진리와 생명의 나라,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그리스도왕 축일 감사송) 인바 무엇보다도 사랑의 나라라는 것이 중요하며 교회의 구성원들은 이 사랑의 나라 건설을 위해 불린 것이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루카 12,49)고 하신 그리스도께선 우리를 당신 제자로 부르심은 이 세상에 사랑의 불을 놓기 위한 도구 즉 불쏘시개로 쓰시기 위함이다. 환언하면 사랑의 혁명가를 만드시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사는 이 땅을 개혁하여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 재정립되고(에페 1,10) 사랑만이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이 되는(1코린 15,28) 새 하늘과 새 땅(묵시록 21,1)을 건설코자 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한 혁명은 공산주의자들이 생각했던 폭력적 혁명이 아니라 평화적 혁명이다. 누룩이 밀가루 속에 들어가 부풀게 하듯 (마태 13,33) 설탕이나 소금이 음식 속에 녹아 맛을 내듯, 촛불이 자신을 태우며 세상을 밝히듯 남을 쳐부수고 죽이고 이룩하는 혁명이 아니라 스스로를 희생하고 죽이며 이룩하는 평화적 혁명이다.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들은 세상에 들어가 죽고 썩어 사랑의 혁명을 일으켜 서로 돕고 사랑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건설할 소명이 있는 것이다.
이 사랑의 혁명을 일으키는데 가장 방해되는 요소는 첫째 절망적인 태도다. 사랑이 없다고 비관하고 비판하는 창백한 비관주의적 태도이다. 정원에 꽃이 없다고 한탄만 한다고 꽃이 필리가 없다. 꽃씨를 뿌려야하듯 사랑이 없다고 탄식만 하질 말고 사랑이 없는 곳에 사랑을 심겠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나 하나쯤 하는 생각이다. 나 하나쯤 사랑을 실천한다고 이 세상의 무슨 변화를 가지고 오랴 새 발의 피지 하는 태도다. 마더 데레사에게 당신의 봉사가 세상의 수많은 가난한 이들의 몇 분의 일에게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천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내가 한 사람밖에 못 구한다고 해서 그 구조작업을 포기할 수 없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고 했다. 한 알의 사랑의 밀알이 떨어져 썩어 백알의 사랑의 밀알이 생기고 백 알이 떨어져 썩어 만 알의 사랑의 밀알이 생기는 것이라면 내 하나 썩어 무슨 보람이 있겠느냐고 따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가정, 우리 직장, 우리 사회에 사랑이 없다고 한탄만 하질 말고 사랑을 심자. 사실 주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심도 사랑을 먹고 사랑이 되라는 것이다. 미사참례를 하고 성체를 영한 신자가 가정에서 직장에서 보통사람과 다름이 없다면 미사와 영성체의 뜻을 모르는 소치요. 비료를 주어도 주어도 열매를 맺질 못하는 무화과나무처럼 저주받을 대상이 될 것이다.
사랑이 없다고 한탄 말고 사랑이 없는 곳에 사랑을 심자. 그러면 사랑이 싹트리라. 내 가정 내 직장에 사랑이 없다면 내가 사랑을 심지 않은 탓은 없는 것일까를 반성하면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고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라는 기도처럼 적극적인 신앙자세로 이 세상의 사랑의 불꽃이 되자, 사랑의 혁명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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