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훈향 속에서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계시는 어머님.
산야의 푸르른 신록과 함께 또 다시 찾아온 이 5월 ‘성모의 달’을 맞이하여 세상의 수많은 선남선녀들이 당신께 찬미와 경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성모의 밤’이라 이름한 아름다운 행사를 마련하고 거룩하고 정겨운 예절 속에서 당신의 모든 아들딸들이 천상의 모후이자 우리의 어머님이신 당신께 정갈하고 기쁜 마음으로 찬미의 기도와 헌시와 노래와 예물을 드리며 더불어 당신의 은혜를 청원하는 것입니다. 우리 보통의 어머니들과 똑같으셨던 어머님!
당신을 어머니로 섬기며 지성정성 다하여 당신께 기도하는 사람들, 앉았다 하면 묵주부터 손에 쥐고 하루에 십단 이십단씩 묵주신공을 하는 사람들도 때로는 당신의 본 모습을 잊거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당신 성상의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먼저 느끼게 되고 구세주의 어머니-천상의 모후로서의 당신의 영광과 위엄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리하여 또 때로는 당신의 이 세상에서의 삶의 모습까지도 저 아름답게 치장된 성상의 모습과 같았던 것으로 착각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들은 좋은 옷으로 잘 차려입고 치장을 잘하고 사는, 부귀한 모습의 사람들에겐 예의와 대접을 잘하면서도 가난 속에서 모양내지 않고 사는 사람은 나지리 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베들레헴에 와서 편히 몸을 뉘고 해산을 할 방 한 칸을 얻지 못해서 우스꽝스럽게도 냄새나는 마구간을 빌어 말구유통에다 아기를 낳아놓았던 당신의 비참한 모습을 망각한 사람들, 그것을 떠올리긴 해도 가슴 아픈 실감을 갖지 못하는 우리들은 13평짜리 작은 아파트도 장만하지 못하고 전셋집에서 사글세 집으로 전전하거나 천막집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 없는 서러움을 잘 헤아리지 못합니다.
헤로데왕의 광란의 영아 살육을 피해 갓난아이 예수를 안고 이집트로 피신할 때의 어머님의 그 무섭고 쓰라린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우리들은 세상의 갖가지 풍파와 곡절에 떠밀려 부초마냥 이리저리 떠돌며 사는 가난한 사람들, 뜻있는 일을 하다가 수배당하여 숨어 다니거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슬픔과 삶의 고단함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있어서 아주 인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현세생활의 가난 고통과 압박 속에서도 구세주 어머니로서의 기품과 위엄과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으셨던 어머님 당신의 그 온유한 심성과 덕성과 기품을 배우지 못하는 우리들은 당신께 열심히 묵주신공을 바치고도 일어나기 바쁘게 지지배배 지지배배 혀에 발동기를 달고 남을 험담하며 시비를 일으키는 일도 예사입니다.
모든 좋은 것의 표상이신 어머님.
당신의 자애로우신 손길로 오늘 밤 저희 모두가 새로이 깨어나게 하소서.
구세주의 어머니, 천상의 모후로서의 당신의 영광스러운 모습만을 저희가 보지 않고 평생을 가난 속에서 지극한 슬픔과 고통을 겪으며 사셨던 당신의 그 고난의 모습에서 저희가 가난의 아름다움과 겸손의 고귀함과 온유한 덕성의 품위로움과 사랑의 숭고함 등을 관념으로써가 아닌 삶의 실체로서 배워 익히며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리하여 장차 보람의 꽃가지로 자라나고 꽃망울로 벙그는 새롭고 알찬 신심의 씨앗 하나씩을 이 아름다운 밤에 저희 모두의 가슴가슴에 살포시 심어주소서.
자녀의 응석과 투정을 아버지보다 더 잘 들어주시는 우리의 자애로우신 어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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