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선풍이 계속 일고 있는 가운데 유독 종교계만이 무풍지대로 성역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새정부 출범 이후 불과 백여 일 동안 벌써 국회의장 장관 서울시장을 비롯, 국회의원 장성 등 수십 명의 고위 공직자들이 자리를 물러났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비판이 새삼스럽다거나 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목회자들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천만원대의 월소득을 받고 고급승용차를 타는 등 다소 분수에 넘치는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지적이 아니더라도 그간 교계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았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후기대 입시 시험지 도난과 입시정답 유출사건이 교회와 절에서 만난 사람끼리 공모해서 저지른 점이라든가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대형화·사치화 되어가고 있다는 점들에 대해 거센 비판이 있었고 차제에 교계도 강력한 자정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교계자정은 주로 목회자 승려의 개인재산 구성과 교회 사찰의 재정공개 및 호화생활 등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사제들의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천주교는 예외지만 기독교의 경우 교회재산을 목회자 개인의 명의로 등기하거나 자녀에게 상속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논란이 돼왔다.
목회자 호화생활의 단적인 예는 모 종교 월간지가 최근 강남 모교회 담임목사의 월수입이 천만원을 넘는다고 보도한 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이 담임목사의 경우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사례비 3백8만원에 △상여금=1백20만원 △찬공비=1백만원 △도서비=1백만원 △심방비=1백만원과 고정적은 아니지만 부흥회 사례비 6백만원(1백50만원씩 4회기준), 결혼·장례 등 집례비 2백만원 외에 사택 및 승용차가 제공되고 자녀교육비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불교계도 지방 대사찰의 일부 승려들이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서울의 특급호텔에 머무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승려의 경우도 개인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종법에 위반되는 일임에도 불구, 전국 7천여 개 사찰중 개인사찰이 무수할 뿐 아니라 이 중 재정상태가 제대로 공개되는 곳은 1%도 안 된다는 얘기다.
교계가 이 같이 사회의 비판과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 기독교회 협의회·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들이 중심이 되어 성역 없는 개혁을 주장하고 불교계의 실천불교 전국 승가회 등이 종단개혁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 단계적 불교계 자정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 등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향린교회가 신앙고백 선언과 교회갱신 선언을 발표한 것은 국민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준 것 같다.
22개항으로 돼있는 갱신 제안내용을 보면 △교회 및 목회자 재산공개 △호화 건축자제 및 십자가 네온사인 철거 △사례비 표준화 및 세금납부 △당회의 구성과 운영민주화 △교인 정원제 실시 등으로 최근 사회전반에 걸쳐 추진되고 있는 개혁운동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밖에 예장개혁총회·전국 목회자 정의평화 실천협의회 등도 교회와 성직자들의 도덕성 회복운동을 촉구하고 나섰고 불교 조계종 산하 25개 교구 본사도 전국교구 본사 주지회의를 열어 성직자의 자기개혁을 통한 종풍진작 및 새로운 종단상 정립을 결의, 첫 실천방안으로 고급 외제승용차 안타기 운동을 전개 중이다.
조계종 총부원은 이와 함께 불자들이 의식개혁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하면서 전국 각 사찰에 △대중교통 이용 △사치생활 배제 △외화낭비 억제 △수입품 배척 △퇴폐풍조 방지 등 8개항의 협조사항을 시달했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도 성당 걸어 다니기·자가용 덜 타기·주차질서 지키기 등 우리생활 주변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할 것을 다짐 교계로 확산하고 있다.
각 종파가 벌이고 있는 이 같은 나름대로의 자정 개혁운동은 어떤 외부의 입김이나 강요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의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뜻이 있고 생명력도 갖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이 같은 운동이 각 종파·종단의 내부 콘센서스를 어느 정도까지 얻을 수 있겠느냐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겠느냐라 하겠다.
개혁이나 자정의 ‘결론’에는 모두 찬성하면서도 ‘각론’에 가서는 이에 따르는 고통과 불편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탈락하거나 외면하는 현상이 속출하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다소의 고통과 불편이 따르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동안 교계에 보냈던 관심과 시선을 의식 거듭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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