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가 먹을 것도 부족한데 그리고, 우리들이 먹으라고 준 것이니 우리들이 먹자고 우기지만 두 형제들은 이미 동네의 할머니들과 다른 기관에 연락하여 쌀과 라면을 내 주고야 만다. 우리는 다시 다음날 아침을 걱정 하여야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날 아침이면 누군가가 우리집 대문앞에 쌀이며 반찬을 가져다 놓았고 우편함에는 현금도 들어있었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도 ‘비우면 채워진다’는 진리를 배우게 되었고 나도 베풀게 되었다. 떠남에 대한 배움도 신비로웠다. 라파엘의 집이 처음 생겼을 때는 방그라시오 형제 혼자서 봉사자로 일하고 있었단다. 그러다가 내가 오고 그 다음에 토마스 형제가 왔다. 그러니 처음 방그라시오 형제 혼자서 하던 일을 지금은 세 사람이 나누어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슨 일이든지 안되는 것이 없었다. 방그라시오 형제는 경제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활동을, 나는 의료ㆍ보건 부분과 봉사자 교육을, 토마스 형제는 영성적인 부분과 전례나 기도에, 그러다 보니 우리 세 사람은 꼭 필요한 사람이었고 누구 한사람도 없으면 안되는 중요한 사람들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방그라시오 형제가 떠나려고 준비를 시작하였다. 이유는 간단하였다. 이제 이곳에는 봉사자도 많이 생겨 자기가 없어도 모든 일이 잘 처리되니 자기는 더 필요로 하는 곳으로 옮기겠다는 것이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방그라시오 형제의 이러한 떠날 준비를 토마스 형제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고 자기도 언젠가는 떠나려고 준비를 하려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방그라시오 형제는 떠나갔고, 방그라시오 형제가 하던 일들은 다시 여러 봉사자들이 나누어 하게 되었다. 처음 얼마간은 조금씩 불편하기도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방그라시오 형제에 대해 많이 잊히게 되었다. 나는 그러한 모든 것들을 라파엘의 집에서 배우게 되었다.
그 후 나도 내가 하고 있던 많은 일들을 조금씩 조금씩 다른 봉사자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나를 필요로 하고 있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그렇게 나는 라파엘의 집을 정리하고 떠나 서울역 뒤에 임마누엘집을 만들게 되었다. 가출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일자리 마련해주거나 고향으로 귀향시키기 위해 만든 이 집에서 나는 책임자가 되었다.
가출청소년들을 찾으러 다니고 그들을 위해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시간이 나면 여러 기관이나 후원자들을 만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이 집을 처음 시작 하였을 때는 어느 자매님이 집만 전세로 얻어 주셨는데 자고나면 무엇인가가 생기는 것이었다. 옷이 들어오고 쌀이 들어오고 책이 들어오고… 난 그곳에서 여러 아이들을 만났고 도와주신 여러 은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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