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5일 정부의 종교방송 지방국 설립허가 방침이 발표된 후 전국은 마치 벌집을 건드려 놓은듯하고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정부는 14대 대통령선거 공약사항인 종교방송의 지방국 신설을 시혜적 태도로 개신교에 하나, 불교에 둘, 가톨릭에 하나씩 갈라주겠다고 발표했으나 어느 종파도 달가워하거나 수용할 마음이 없는 듯하다.
그 이유는 사안이 중대하고 민감한 것임에도 불구, 정부가 너무나 안이하고 구습을 벗지 못한 독단적이고 무원칙적이며 절차를 무시한 결정을 내린데 대한 불만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대 각 종파간의 대립뿐 아니라 종교 상호간에도 갈등과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가톨릭교회 내부에서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서울대교구를 비롯 광주대교구와 부산교구가 공식입장을 밝혔다.
각 교구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서울대교구는 정부의 방침이 첫째 김 대통령 공약사항인 종교 간의 형평원칙을 깨뜨렸고 둘째 호남 푸대접 시비를 재현시킬 위험이 있으며 셋째는 절차상 허가 신청자들의 의견을 일체 무시했다는 것이다.
광주대교구는 6월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에서 평화방송 설립을 한창 진행 중이던 88년 10월14일 당시 문공부에 허가신청을 냈으나 11월5일 ‘검토 중’이라는 회신을 받고 군사정권하에서는 방송국 설립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지금까지 보류해왔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서 발표된 정부의 방침은 “공익목적의 방송이 갖는 특성과 종교적 형평성을 도외시하고 지역적 차별성을 극대화한 편파적 전파배정”으로 단정했다.
부산교구는 6월4일자로 교구장 이갑수 주교가 김 대통령에 보내는 서한에서 부산교구가 “천주교 방송국의 설립을 목마르게 원하면서도 새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왔다”면서 그 실현을 강력히 요청했다.
1988년 서울의 평화방송 설립신청과 같은 시기에 ‘가톨릭 방송국’ 설립을 신청했던 대구대교구는 사전에 아무런 통보없 이 대구에 ‘평화방송’ 허가방침이 나온데 대해 교구의 특성이나 협의절차 등을 무시한 정부처사에 불쾌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교회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는 종교방송 지방국 허가방침을 원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원칙과 절차문제이다. 누구나 분명히 알 수 있고 특혜나 예외성이 없는 원칙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원칙은 시혜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국민자산인 전파의 공정한 분배라는 측면에서 당사자들의 이해와 협력을 도출하는 가운데 지켜져야 할 것이다. 문민정부의 난제해결 능력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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