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바다를 봅니다.
바다를 보면 아빠생각이 납니다. 아빠와 낚시를 간때가 생각납니다. 아빠가 낚은 무지개빛 술미를 보고 내가 예쁘다고 만지려고 하였습니다. 그때 고기가 펄쩍펄쩍 뛰어서 내 옷이 다 젖었습니다. 그때에도 아빠는 나를 보며 웃었습니다.
아빠와 회도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일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때는 내가 유치원운동회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아빠와 엄마 없이 운동회를 하였습니다.
나는 아빠가 보고 싶습니다. 아빠가 없으니 쓸쓸합니다. 꿈속에서 아빠를 만나면 목을 부둥켜 안고 놓아주지 않을겁니다. 나는 사촌동생 샘이가 이숙의 목에 매달려 아양을 떨때가 제일 부럽습니다.
쓸쓸할때는 바다를 봅니다. 엄마랑 남동생 우승이랑 마루에서 아빠가 좋아하시던 집앞의 돌섬과 바다를 봅니다. 우승이는 사람들만 보면 집앞의 바다를 「아빠」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우승이는 부자네』라고 말합니다.
아빠의 장례식이 생각납니다.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커다란 흰집에 가서 아빠를 불에 태웠습니다. 그곳의 아저씨가 주시는 흰 상자속에 든 아빠의 뼛가루를 엄마랑 우승이랑 같이 집앞의 바다에 뿌렸습니다. 엄마의 말씀이 아빠는 평소 바다를 좋아해서 죽고나면 집앞의 바다에 뿌려달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우리집의 마루에는 아빠가 그려놓으신 돌섬 그림이 있습니다. 내가 보아도 아빠의 그림과 진짜 돌섬은 그 모양이 똑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남겨주신 글도 벽에 걸려 있습니다. 그 글에는 「이나야, 우승아! 엄마말씀 잘 듣고 이 다음에 둥지에서 만나자」라고 적혀 있습니다. 엄마에게 둥지가 어디냐고 물어보았더니 집앞의 돌섬과 바다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마루를 닦으면서도 바다를 봅니다.
내가 공부를 잘 하거나 사람들이 나를 칭찬하면 엄마는 아빠가 바다에서 우리를 지켜주셔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절대로 이사를 안갈겁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바다와 돌섬을 지키며 살겁니다. 그래야 둥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걱정이 되는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빠의 바다가 점차 병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술미처럼 고운 바다색이 사람들이 내버린 쓰레기로 변하여 갑니다. 혹시라도 아빠가 집앞의 바다에까지 오셨다가 더러워진 바다를 보시고 집앞의 바다가 아닌 줄 알고 되돌아 가버리실까봐 걱정이 됩니다.
요즈음 우리들은 죽어가는 바다를 살리기 위해 학교에서나 집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쓰레기는 타는 것과 타지않는 것으로 나누고 타는 것 중에서도 다시 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 빨래를 할때도 합성세제를 조금만 사용하고 머리도 비누로 감고 있습니다. 성당에서 무공해비누를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은 아빠의 바다를 지키기 위하여 바다 가꾸는 일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시고는 빙그레 웃으실 것 같습니다. 나는 아빠의 바다를 지키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