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일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과거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이 지난해부터 그 명칭이 바뀌게 된 것은 남북의 단절과 교회만을 생각하는 편협의 테두리를 벗어나 민족 전체를 대상으로 화해와 일치를 추구해나가야 할 시대적 요청과 필요에 부응한 것이라 하겠다.
이것은 우리 한국 천주교회가 종전까지 지녔던 대북한 관계의 태도 변화를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또 우리의 통일정책이 새로운 방향에서 추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 정권유지 차원에서 모든 잘못을 북측에만 일방적으로 떠넘겨온 독선을 지양하고 우리 쪽에도 적지 않은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선에서 남북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즉 서로가 서로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지 못하면 설령 통일이 된다 해도 그것은 진정한 통일이 될 수도 없고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 우리 교회의 입장이다.
따라서 통일에 앞서서 서로가 해야 할 일은 각자의 내부를 가지런히 정리정돈 하고 잘못을 반성하며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일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까지 몇 차례의 남북 고위회담이 이루어지고 ‘남북 기본합의서’가 체결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측의 돌발적인 NPT 탈퇴선언과 그 후 계속된 긴장상태로 화해무드는 물거품이 돼버렸다.
또 남한은 어떠한가? 문민정부가 탄생해 정부 주도로 남북문제를 차근차근히 해결해 나가려 하지만 성급한 대학생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대학생들이, 그것도 문민정부 하에서 폭력시위를 진압하던 경찰관을 집단폭행, 치사케 한 행위는 그 목적이 아무리 숭고하고 지대한 것이라 하더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일도 대학생들은 스스로 지켜야할 품위와 위치를 상실했음을 깨달아야 한다. 더 이상 학생들은 정치문제에서 손을 떼고 본연의 할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상황은 북한도 남한도 서로가 화해를 논할 처지에 있지 못하다. 따라서 양쪽이 자기 내부를 정리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교회가 할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에서는 지난해 북한 신자들을 돕기 위한 친선바자를 개최, 5천만원의 수익금을 확보했으나 아직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북선위에서는 북한교회를 위한 사제양성을 비롯 남북한 신자 공동 참회예절 및 대축일미사와 평화통일 기원미사 봉헌, 그리고 60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 신자들의 고향방문과 남북한 성지순례 등의 제안을 내놓은바 있지만 하나도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은 참 평화와 통일을 향한 남북의 대화의 새 장이 하루속히 재개되도록 기도하는 날이 되어야 하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