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힘은 위대하다. 기도는 신앙의 원동력이며, 구원의 은총을 담는 그릇이다. 기도가 부족한 신앙생활은 마치 영양분이 부족한 나무처럼 메마른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게 되어 은총에 충만한 활력과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 만약 우리의 생활이 어딘가 모르게 메말라 가거나 기력을 잃어가는 무기력 증세에 빠져들고 있다고 느낀다면 지체 없이 기도의 숲을 찾아야 한다. 기도의 숲에는 성령이 충만한 맑은 공기가 가득하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남을 위해 기도하여야 한다. 특히 가장 가까운 부모와 형제를 위한 기도가 근본을 이루어야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무관심이 바로 사랑에 대한 무감각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임을 깨달아야 한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감각을 잃어가는 것이 오늘 이 시대의 가장 큰 위기이다.
남과 북은 한 형제이다. 그러나 반세기 가까이 서로 등을 돌린 채 증오와 복수심을 키워 왔다.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결코 잊힐 수 없는 감정의 응어리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서 북한교회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신앙의 불모지로 전락한 채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남한교회는 양적인 팽창을 거듭하며 눈부시게 성장하였지만, 북한교회에 대한 형제적 관심은 허공을 맴돌았을 뿐이다. 남북관계의 제약이 북한교회와 동포들에 대한 관심마저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남한교회가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려면 북한교회를 위해 몇 배 이상의 기도를 해야 한다. 40여 년 동안 신앙의 자유를 잃어버린 북한사회는 마치 기도의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버려진 숲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6·25동란 후 벌거숭이였던 남한의 산들이 60년대 이후 나무를 심는데 정성을 쏟아 부은 결과 지금은 푸르름을 자랑하게 된 것처럼 우리가 북한교회를 대신해서 기도의 나무를 심고 정성껏 가꾸어 신앙의 숲을 이루어 주어야만 한다.
최근에 북한을 다녀온 재미교포 신자의 편지내용을 소개해 본다. 김 스테파노라는 이분의 사촌동생은 양강도에 살고 있다. 그곳은 바로 백두산 기슭이다. 여기서 사는 사촌동생은 철저한 공산당원이다. 불과 몇 달 전에 북한을 방문하여 사촌동생을 만나본 김 스테파노씨는 충격을 받았다. 그의 사촌동생은 당에서 지시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자유가 무엇인지 더구나 종교가 무엇인지는 이해 할 수조차 없을 만큼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단순히 소박하다거나 우직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당의 지시나 주체사상 등을 앞세워 자기 자신만을 추스르기에도 힘겹기 때문에 이웃을 생각할 여유마저 갖지 못할 정도로 퇴락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김 스테파노씨는 과연 이렇게 변해버린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복음을 선포하기 전에 우선 맹목적인 집단주의 신앙에 물들어 버린 이 사람들을 다시 인간 개조시키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될 것이라고 탄식하였다. 그는 이처럼 변해버린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주시도록 기도해 주기를 신신당부하였다.
이제 북한을 위한 우리의 기도도 좀 더 내용 있게 이루어져야겠다. 마치 민둥산에 나무를 심을 때 소나무가 좋은지, 전나무가 좋은지 아니면 밤나무가 좋은지 생각해야 하는 것처럼 우선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주시고, 자유롭게 해주시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사회에 신앙의 자유가 하루빨리 허용되어 평양 장충성당의 신자들이 목자의 품에 다시 안겨 북한사회에 남아있는 신자들과 함께 자유로이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몇 곱절로 열심히 기도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지금 바로 우리의 정성스런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연변 조선족교회에 대한 당부를 빼놓을 수 없다. 연변교회는 연길교구였다. 지금은 비록 중국 길림교구에 속하지만 엄연히 우리와 한 핏줄이며 한 교회였던 동포사회인 것이다. 지난 5월에 연변을 직접 찾아가본 후에 그들이 왜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연변교회는 북한교회보다 한걸음 앞서 깨어나는 교회이다. 연변교회도 공산화로 인해 탄압받은 후 이제 서서히 기운을 차리면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50여 년 전에 무려 2만명에 육박하던 신자 수는 지금 몇 천 명에 불과하고, 주교를 포함해서 29명이나 되던 목자의 수가 지금은 불과 서너 명으로 그 가운데 조선족 신부는 단 한명 뿐이다.
18개의 본당 가운데 연길성당과 최근에 축성한 팔도구 성당만이 번듯할 뿐 나머지 공소들은 몇십명이 들어서기도 힘들 정도로 비좁고 초라하다. 그러나 그들의 신앙은 비온 뒤에 굳어진 땅만큼이나 힘차고 순수하여 우리에게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오히려 그들의 작고 초라한 모습에서 그들과 함께 하고 계시는 축복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에는 성당하나 짓는데 수십억씩 들지만 연변교회에 5억만 도와주어도 성당, 수도원, 신학교, 사제양성에 이르기까지 단번에 시급한 문제 모두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고 안타까웠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고통의 분담과 사랑의 나눔을 통해서 가능하다. 고통에의 참여는 구원에의 참여로 보장되고 사랑의 나눔은 축복의 나눔으로 보상된다. 이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염원하는 우리의 정성을 함께 모아 봉헌하는 기도의 날을 맞으면서 북한의 형제들과 연변교회 신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우리의 가슴깊이 간직하여 더할 수 없이 깊은 신앙의 일치를 이루도록 하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희생의 제물을 한아름 가득히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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