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많은 종교가 얽혀있으며 사이클론이 한번 휘몰아치면 그 열과 바람과 폭우로 인간의 노력을 일순간에 태워버리고 날려버리며 휩쓸어가는 인도의 캘커타. 그곳은 이 책의 제목처럼 기쁨이 존재할만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단테의 지옥편에나 나올 그런 무질서와 혼돈의 아비규환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삶의 현장이다.
잦은 축제, 형편에 맞지 않는 엄청난 관혼상제 비용으로 늘어난 빚에 농토를 고리대금업자에게 넘기고 더 이상 굶을 수 없어 무작정 모여들어 길거리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이루어진 도시.
공무원의 부정과 나태가 무질서를 부추기고, 임신 7개월 된 아기도 서슴없이 낙태하여 태반까지 팔아넘기는 돈에 주린 상술과 죽지도 않은 사람의 뼈를 예약해서 사들이는 사람이나 죽어가면서라도 가족을 위해 목숨과 의식이 있을 때 제 몸의 뼈를 파는 모두의 애환이 있는 곳, 그곳은 끊임없는 병고와 굶주림과 뼈가 으스러지는 노동만이 현존하는 지옥이다.
그런데 왜 그곳이 기쁨의 도시일까? 인도의 토속종교중 대표적인 힌두교의 카스트제도는 현실의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어있는 것 같다.
이런 바탕위에 전혀 다른 종교인 가톨릭을 알게 하고 운명에 무조건 순종하는 삶에 ‘두드리라, 열릴 것이다’를 증거하며 믿음·소망·사랑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개종부터 강요하지 않는 이 책의 주인공인 스테판 신부를 그들은 존경한다. 그것이 가능하기까지는 모든 조건을 뛰어넘는 희생과 그리스도적인 사랑이 바탕이 되었고 또 그것이 아니었다면 그가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별로 없었을지 모른다.
이 도시와 함께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과 그 협조자들과 스테판과 같은 사제들의 고결한 희생과 나눔이 있으며, 그들을 성자라고 부르는 캘커타의 시민들이 함께 어울려 기쁨의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책의 후반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고통이라고 여기는 것은 얼마나 과분한 축복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스도의 수난보다는 부활의 의미에 자신을 맞추고 싶어 하고, 내가 불행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아픔에 둔감한 현대인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감동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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