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 전이었을까? 철썩철썩 내게로 밀려오는 검푸른 파도와 하늘의 끝을 찾으려 떠도는 갈매기, 그리고 언제나 잊혀지지 않는 바닷가의 아빠….
아빠 회사 동료분들과 모여서 봉고차를 타고 떠나온 이곳 동해안.
그날따라 기분 나쁘게 아침부터 비가 아주 조금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에이~ 수영 못하겠네?” 우산 쓰고 바다보고 “으이, 재미없어. 비야 제발 떠나거라”
하늘도 이 소녀의 마음을 아니, 그때는 꼬마였지? 이 꼬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 아침 식사를 끝내고나니 비는 뚝 그쳤다.
“어, 과장님! 바다로 갑시다”
나는 과장님, 우리 아빠와 같이 바다의 모래를 밟았다.
“아이고~ 우리 공주님, 이리와 봐”
그리곤 날 덥석 안으셨다. 또 눈웃음의 표시를 내 심장에 박으시더니 나의 얼굴과 아빠의 어깨와 일치되게 하셨다.
끝을 찾을 수 없는 저 바다를 향해 파도를 밟으시며 하나, 둘 나가시더니 드디어 입을 여셨다.
“우리 공주님 바다에 버리고 와야지. 어디쯤 가서 버릴까”
순간! 아빠가 진짜 날 버리시는 줄 알고 나의 유일한 힘인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2차 공격을 개시하여 발로 아빠의 배를 차 버렸다. 아주 힘껏. 아빠는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바다 한가운데 철퍼덕 앉으셨다.
그 이후로는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입안에서 짭짤한 느낌이 몰려 왔을 뿐….
바닷가에서 나온 후 내 입술은 보랏빛으로 변했고 어깨엔 빗방울이 똑똑 느껴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난 참 겁쟁이고 바보였다. 아빠의 장난이었는데…. 그리고 바다만 보게 되면 아빠의 그 능청스러웠던 모습이 생각난다.
나중에 바다에 갈 일이 생기면 또 바다 한가운데로 가야지. 그리고 이번엔 더 힘껏 아빠의 배를 차고 나 혼자 헤엄쳐 나와야지. 아빠와 똑같은 능청을 떨면서….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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