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교리 경시대회에 나가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상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집안의 분위기가 워낙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에서 자란 탓에 어릴 때부터 기도하고, 교리반에 나가는 일은 당연하게 생각될 때이다.
그때에도 가끔씩 교리에 관해, 또는 종교문제에 의문이 생겨 부모님이나 어른들에게 물어볼라 치면 으레 돌아오는 대답은 “무조건 믿으면 돼!”하는 것이었다. 궁금한 것이 많긴 하지만 워낙 어른들의 대답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느껴져서 꾹 참고 말도 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마 그 시절 신앙생활을 했던 세대는 교회로부터 별로 배울 수 있는 장이 없었음을 기억하실 것이다. 성서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영적 서적도 그리 흔하지 않아 좋은 책이 있으면 돌려가면서 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배경이 있었기에 마음의 여유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런 시절이 지났다. 그런데도 이 시대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종교에 관해 질문을 하면 당황하고 무시해 버리고 아니면 윽박지른다. 그 원인은 단 한 가지, 자신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옛날에 비하면 생활도 많이 편리해져서 시간적 여유도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각종 교육이나 좋은 서적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이 흐트러져 있는 것이다. 생활에 조금의 여유가 생기다 보니까 이젠 종교적 관심보단 자신의 쾌락을 쫓는데 더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다 보니 신앙도 하나의 취미생활의 일부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본당의 지도자 그룹에 속하는 회장들도 기본적 교리를 잘 몰라서 새로 입교한 사람들의 질문에 당황해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더더욱 성서를 읽지 않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가 무슨 말씀을 했는지 잘 모른다.
얼마 전 사석에서 몇몇 형제들과 신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신앙의 연조는 제법 있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대화중에 우리 서로가 기본교리에 관해 너무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기본교리를 현대적 시각에서 조명해 보고 현대적 감각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공감했다.
그래서 모두 같은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이 모임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바꿉시다” 만나면 신앙적 이야기 보다는 세상이야기가 앞서던 그 모임이 이제는 공부하는 모임으로 바뀐 것은 무엇보다 주님의 역사하심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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