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장날이라 아내와 함께 가평장터에 갔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몇가지 물건들을 샀다. 전에는 커다란 백화점에 구경다니곤 했었는데 이곳 시골로 전근되어 이사온지 1년이 넘어 그런대로 시골장터의 옛 정취를 만끽하는데 익숙해졌다. 한쪽에선 병아리도 팔고 할아버지의 강냉이 튀기는 모습에서 문득 학창시절에 읽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소설이 생각났다.
장터 한가운데를 지날때쯤 갑자기 초췌한 모습의 30대 중반의 술취한 아주머니와 순대와 소주를 파는 할머니가 실강이를 벌이더니 드디어 큰소리로 싸우고 있었다. 그 아줌마 옆에는 아들로 보이는 6~7살짜리 꼬마가 눈만 껌벅껌벅하며 엄마 옆에 기대앉아 있었다. 서로들 양보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면 저렇게 큰소리로 싸우지 않아도 될것을 하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수일이 흐른후 직장 동료의 석별 회식 자리가 생겨 나이트 클럽을 갔다. 요란한 음악과 조명아래서 몇일전 장터에서 보았던 그 중년 아주머니가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아하 정신이 조금 나간(미친) 여자 였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아주머니는 이 자리 저 자리에서 맥주를 얻어 마시며 춤을 추고 있었다.
잠시후 그 아주머니는 어느 남자팀들과 실랑이 벌이며 또 옥신각신 몸싸움을 하는데 장터에서 보았던 6~7살짜리 꼬마가 숫적으로 열세인 엄마편에서 열심히 상대 남자팀과 패싸움(?)을 하는 것이다. 순간 저 모자의 생활이 궁금해졌다.
내일은 또 어디에서….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 시간 이후에 저 모자는 어디로 갈까? 아들의 교육은 어떻구 장래는? 어느덧 을씨년스런 밤공기가 빰을 스친다.
우리 사회에 버림받고 냉대받는 저 여인과 어린 자식을 따스히 맞이해 줄 수 있는 온정의 사회가 하루 빨리 오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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