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설이 잘 안 팔린다 한다. 세상일들이 워낙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어서 소설 같은 것은 아예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다. 어쩌면 그럴는지도 모르겠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최근에 우리들 주변에서 잇따라 일어났던 일들 가운데 흥미진진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런데 그것들이 대부분 돈하고 연관되는 일들이어서 아무래도 예사로 흘려 넘길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심각하게 생각을 반추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돈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우리네 같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른, 모모한 인사들이 그리도 쉽게 돈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을까. 어쩌다 그들이 굵직굵직한 여러 가지 일들에 관련되어 검은 돈 앞에 그렇게도 쉽사리 자기의 인격을 내동댕이칠 수 있었을까.
그 점에 있어 물론 수긍이 전혀 안가는 바는 아니다. 돈, 또는 황금이란 맘몬(MAMMON)이라 일컫는 것으로서, 그 나름대로는 어떤 마력을 가진 우상임에 틀림없으므로. 그러면 우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결코 신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곧잘 신으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것은 악마나 다름없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악마는 그래도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알지만, 그것은 하느님마저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달랐다. 그 점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존경스럽기만 하였던 인사들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변해버린 경우들을 접하였을 때, 저네들이 과연 그런 사람들이었을까 하고 우리는 얼마나 실망하였던가. 하기야 누구나 다 돈 앞에서는 별수 없는 존재들이라 하였다. 제 아무리 도덕군자라 해도 사흘만 굶으면 남의 집 담을 절로 뛰어 넘게 된다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와 같은 절체절명의 극한 상황도 아니었을 터인데, 그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정당하지도 않은 돈뭉치가 제 발로 굴러든다 해서 자기 것도 아닌 것을 욕심낼 수 있을 것인가. 그 까짓 것 있으나 없으나 당장 굶어죽을 지경이 아니라면 왜 그런 것을 탐낸단 말인가.
악마는 끈으로 단단히 붙들어 매어 놓은 미친개와 같은 것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이상 쉽사리 그에게 물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매어 있는 끈을 제 스스로의 힘으로 자르고 우리를 공격해 오지는 못하기 때문에. 맘몬도 그와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아예 가만히 있기만 한다면 절대로 그것으로부터 피해를 입을 우려가 조금도 없다. 그것에 대한 유혹을 일체 떨쳐 버린 채 없으면 없는 대로,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언제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을 느낄 때 그보다 더 떳떳한 삶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물질만능주의의 세상에서 그러한 소극적인 생활 자세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벌써 오래 전부터 맘몬이 우리에게 일대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여, 어떻게든 기어이 우리를 파멸시키고야 말겠다고 미친 듯이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그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안일하게 살아오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을 신으로 떠받들어가며 그것에게 갖은 아양을 다 떨어대고 있었던 우리들이었다. 더욱이 그것에 아주 혼마저 다 주어버린 이 나라의 적지 않은 국민들이 아니었느냐 말이다. 그것도 1980년대 이후로 당당히 배금족(拜金族)으로 지칭 받아 왔었던 불특정 소수의 우리들이었지 않은가. 그것이라면 아예 사족을 못 썼고, 그것 좀 가졌답시고 사치와 허영에 들떠 쓸데없이 낭비를 일삼았으며, 그것으로써 남이야 죽든 살든 하고 싶은 것 다 하려 했었고, 그것을 내세워 목에 잔뜩 힘을 주면서 언제 어디서나 마구 큰 소리를 떵떵 쳐대기 일쑤였으며, 그것만 내어 놓으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는 줄 알고 하늘 무서운 줄도 모르고 함부로 설쳐대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는 바야흐로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지금부터는 단단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것이 아무리 그럴싸한 탈을 뒤집어쓰고 우리를 꼬드기고 있지만 그것의 정체를 이미 안 이상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그것을 하느님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예수께서는 “재물과 하느님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고 하지 않으셨는가. 알고 보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오로지 돈 그것일 뿐이다. 돈이라는 것은 사실 생명이 없는 것으로서 도저히 그것은 우리의 적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그동안 그것의 지배를 그토록이나 받아왔단 말인가. 그러한 수치심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이 순간부터 우리는 그 마력을 분쇄해야 한다. 자, 우리는 모두 힘을 모아 그것의 세력을 우리에게서 몰아내기 위하여 먼저 그것에게 선전포고를 하자. 그리고 용약 전진하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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