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내 모든 생활을 끊고 마음의 문도 굳게 닫았다. 이웃형제 그 누구와도 만나기가 싫었고 학교에서 들리는 음악 종소리에도 귀를 막으며 몸부림쳤다.
지난날 내 어린 시절부터 떠올리니 11살때 아버지 잃고 가난속에서 어머님을 도우며 힘들게 동생들 배움의 뒤바라지 다하다 이제 겨우 성실한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꾸미나 했는데 내 삶이 다시 또 장애아 딸로 인해 어두운 고통으로 이어질 내 앞길을 생각하니 너무나 분하고 억울해서 차라리 여기서 내 생애를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내가 그처럼 방황하게 되니 시어머님은 신앙을 개신교로 개종하라시며 딸과 나를 어머님 믿음안에 함께 하자는 성화가 시작되었다.
“천주교 신자들은 성령의 충만한 믿음이 없고 기도가 부족하다”고 하시며 딸 모니카는 악령이 들었으니 기도원에 가자고 조르시기도 하셨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심어진 천주교의 확실한 모습은 시댁가족들과 개신교 예배를 많이 참례하면서 내가 깨닫고 굳힌 신앙이었다.
그런 가운데 남편은 어머님과 나 사이에서 고민하다 다시 해외현장근무로 발령받아 산 송장처럼 되어가는 나를 안타까워 하면서 떠났다. 나는 여전히 하느님을 원망하면서 먹는것도 포기하며 “이 힘들고 무거운 십자가를 나는 평생지고 갈수 없으니 차라리 내 모든 것을 거두어 가시라”고 외치면서 죽음만을 그리며살았다.
그렇게 한 일년쯤 살아가고 있을때 생각조차 못한 일이 일어났다. 시골서 부모님을 잘 모시고 사는 작은집 남매가 논웅덩이에 빠져 한순간에 죽음으로 갔다는 끔찍한 소식이었다. 정신없이 시골집을 가보니 여섯살난 아들과 다섯살된 딸, 재롱이 한창이던 남매를 한꺼번에 땅에 묻고 비참하게 통곡하는 동서를 보며 우리 모두는 위로의 말조차 잃어버렸다.
그날 돌아온 후 나는 한동안 발길을 멀리했던 성당을 찾아갔다. 십자가를 보는 순간 난 정말 하느님만이 이 세상 삶과 죽음 모든 것을 지배하심을 그때 무섭게 깨달았다. 조용한 시간속엔 언제나 동서의 슬픈 얼굴이 떠오르며 자식을 둘씩이나 잃은 가엾은 우리 동서, 그 눈물 그 상처를 누가 닦아주고 위로하겠느냐고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나는 동서에 비하면 얼마나 나은 행복이 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내 딸은 바보라서 나를 무척 힘들게 하지만 지금 내곁에 있으니 내가 언제든지 좋은 것 먹일 수 있고 입힐 수 있다는 사랑의 참진리를 깊이 알게 된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 딸을 끝까지 사랑하며 내 생애 다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게 해주시고 내 짐을 잘지고 가게 해달라는 기도가 스스럼없이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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