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다 보면 캐나다와 국경을 사이두고 씨에틀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아 비가 많이 오며 여름에는 덥지 않아 땀을 흘리지 않는 매우 독특한 기후를 갖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주변의 경치는 마치 한폭의 그림이라고 해도 과찬이 아니다. 여름에도 눈산이 보이며 바다와 많은 섬들, 그리고 호수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사계절 내내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한국인들도 다수 살고 있으며 천주교 신자들도 꽤 있다.
몇 년 전 처음 그곳 신자들 몇 가정과 인연을 맺게 되어 미국에서 공동체 공부를 하는 기간동안에는 가끔씩 초청받아 신자들과 함께 지내며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가진적도 있었다. 그곳 신자들은 그동안 미국인 성당을 시간제로 빌려 쓰다가 몇 년 전에는 한국 신자 공동체가 단독으로 기금을 마련 땅을 사고 가건물을 지어 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곳에 정식으로 건물을 지어 한국인을 위한 천주교회를 세우겠다고 결정하였다고 들었다.
그 기금마련을 위해 얼마전 한 자매가 한국에 나와 책을 팔아 그 수익금을 성당건립에 봉헌하기도 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멀리 이국 땅에서 낮설은 사람과 환경속에서도 우리라는 민족의식을 잃지 않고 더욱 1세대뿐 아니라 1·5세대 2세대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남겨두기 위해 땀 흘리는 그분들은 멀리서 나마 축하하고 기도드린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있기까지 먹지 않고 입지 않고 아껴서 봉헌하신 분들, 10여 년을 한국성당의 건립을 꿈꾸며 꾸준히 기도하신 분들, 이 밖에도 드러나지 않게 음으로 양으로 관심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분들이 많이 있었음은 충분히 짐작하고 남을 일이다. 하나의 크리스찬 공동체가 형성되고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희생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더 중요할 것이다. 외형적 건물이 잘 세워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적 일치와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 각자의 마음에 주님의 성전을 짓는 일도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곳 서울에서도 한때는 아름다운 성전, 웅장한 성전을 짓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적도 있었다. 그래서 완성된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전에 앉아 있는 모든 신자들이 모두 그 분위기에 걸맞게 거록한 삶을 사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환경속에서 좋은 크리스찬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식을 갖고 우리 모두가 복음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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