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여의도 광장에서는 한국 화훼협회 소속 회원농민과 상인 등 3천5백여 명이 ‘경조사 화환규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는 최근 보사부와 민자당이 내놓은 화환규제 관련 가정의례법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한 것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가 과소비 억제를 이유로 전국 1만5천여 화훼농가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경조화환 규제조치를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이날 대회가 끝난 후에는 이들 중 2천여 명이 국회의사당 앞 6차선 도로를 점거, 농성하는 바람에 두 시간 동안이나 주변도로가 큰 혼잡을 빚었다고 한다.
경조사 화환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경제사정이 좋아지기 시작한 70년대 후반부터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경조사에 축하나 애도의 뜻을 담아 꽃을 보내는 것은 미풍양속임에 틀림없다. 그 자체를 탓하거나 문제시 할 것은 전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화환의 수량과 크기와 그 화환에 붙어 다니는 글의 내용이다. 경조사시 그 집에 전달되는 화환의 숫자와 크기 그리고 누가 보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신분과 지위와 품격이 평가돼왔다.
화환 속에는 으레 보내는 사람의 자기과시욕이 숨겨져 있다. 바로 이 과시욕 때문에 화환이 경쟁적으로 더 커지고 화려해질 뿐 아니라 거기에 써 붙이는 이름도 화환크기에 비례해 커지기 마련이다.
이런 행위는 사람들 간에 차별의식과 위화감을 조성시킨다. 또 사치와 허례허식, 과소비와 낭비를 부추긴다. 나아가 요즘은 심각한 쓰레기문제까지 유발시킨다. 웬만한 권문세가는 경조사 한번 치르면 꽃쓰레기만 수십 대가 넘는다고 한다.
이 같은 악폐를 근절하기 위해 경조사 화환은 규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몇 차례 가정의례 간소화 차원에서 규제시도가 있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시점에서 새정부의 경조사 화환 규제는 의식의 개혁과 건전한 삶의 풍토조성을 위해 당연하고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규제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될 화훼재배 농민과 상인들이 문제이다.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범국민적 꽃소비 운동이 일어나야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특히 네덜란드는 전체 꽃생산의 70%이상을 가정에서 소비하고 있고 대다수 나라들이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꽃생산의 70%이상을 경조사에 사용해오고 있어 이번 기회에 꽃소비 형태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우리 교회는 제대장식에서부터 레지오 마리애 주회, 성상꾸미기 등에 많은 꽃을 이용해오고 있다. 이 기회에 신자 각 가정에도 꽃을 꽂고 각종 방문이나 선물 등으로 더 많은 꽃을 이용함으로써 건전한 꽃소비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동참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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