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TV 세트를 검은 담요로 덮어 버리자. 단 하루만이라도 아니 한주 동안만이라도 TV와 의식적인 작별을 고하자. TV세트로 가서 안녕이라고 선언해 버리자. 그리고 TV세트위에 휴식, 끝, 중지, 멈춤, 사망이라는 글을 붙여놓자.
도대체 우리들은 하루에 몇 시간을 TV앞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가? 마치 앉은뱅이처럼 그렇게 늘 TV앞에 붙어 있어야 하는가? 무슨 드라마는 그렇게 많은지 마치 드라마천국 같다. TV 중독증에 모두 걸려 있는 듯하다. TV를 한 시간 보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약 80W인데도 TV를 보지 않으면서 TV를 켜둔 채 일을 한다. 올 해 봄철 개편 후 각 TV 방송국들은 마치 누가 더 저질인가를 경쟁하는 것 같다. 정말 더러워서 TV 못 보겠다. 완전 개판이다. 더욱 우스운 것은 5공화국 시절 9시 뉴스 때 “북괴, 물공격 위험! 빨리빨리 돈을 냅시다!”고 했던 그 TV들이 지금 9시 뉴스에서는 “5공, 평화의 댐 의혹! 정말 정말 나쁜 X들입니다”고 야단들이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TV 쇠뭉치, 저질스런 PD가 문제인가? 아니면 시청자의 의식이 문제인가?
오늘날의 소비 자본주의 사회는 그야말로 광고·선전·오락·문화적 상품·이미지와 기호·코드 등으로 특징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사회이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무엇이 실제이고 환상인지 진짜 가짜인지 아니면 가짜 진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반복된 TV 선전의 자극 속에서 사본과 진본의 경계가 무너져 버린다. 보드리야르에 의하면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시대에 있어서는 우리를 현혹시키는 영상매체 같은 대중매체를 타고 인간의 욕구 그 자체도 잠재의식까지도 조건화시키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사용가치나 등가교환가치와는 무관한 기호와 이미지 그 자체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TV광고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과소비와 권태를 조장하는 광고에 대하여 거부할 것인가? 에어컨 선전, 세제 선전, 패션 선전, 화장품 선전, 자동차와 냉장고 선전, 술과 약 선전, 가구 선전 등 환경을 파괴하는 광고가 하루에도 수없이 나온다. 세뇌 자극에 반응하여 기호를 소비하는 광고적 인간으로 전락할 것인가? 자, TV를 끄고 소탈하게 있는 그대로 살면서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선택하자. 그리고 TV에서 벗어나서 자연 속에서 생명을 직접 체험하고 ‘쪽밭’이라도 일구어 보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