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의 광주 5.18진상 파악을 ‘역사에 맡기라’고 함이 미봉책, 지연책 같이 들려 실망하던 차에 지난 5월30일자 가톨릭신문에 실린 변기영 신부님의 ‘관련자 전원 공동사죄’의 제안을 보고 이것 또한 부족한 느낌이 들고 더욱이 이로 인해서 신부님들 사이나 고위 성직자간에 그리고 한 형제인 신자들 사이에 혼란과 분열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되어 나의 생각을 밝혀본다.
의사가 환자를 낫게 하려면 먼저 진찰을 한 뒤 필요에 따라 수술 및 처방을 내린다. 이와 같이 5.18 광주 민주화 항쟁도 진상파악이라는 진찰과정이 필요하고 이에 상응하는 상처치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상파악이라는 진찰 없이 공동사죄만으로 상처치유가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또한 통회나 정개 없이 말로만 하는 고백성사가 무의미하듯 변 신부님의 제안처럼 관련자가 공동사죄를 한들 마지못해 하면 그 진정한 실효는 어디 있겠는지 의문이다.
6.25동족상잔에 버금가는 죄악이 저질러졌음에도 공동사죄로 모든 것이 마무리 지어진다면 다음에 또 힘있는 자, 총칼 있는 자가 어찌 제2 제3의 5.18을 꿈꾸지 않겠는가.
큰 죄를 지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 우선 취해져야 할 방법이요, 큰 죄를 지었으니 뉘우치고 피해자들과 국민에게 용서를 청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은 진상파악과 아울러 명예회복, 보상이 아닌 배상, 그리고 주모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만이 최선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다만 처벌에는 피해자와 유가족, 지역주민들의 너그러운 아량과 이해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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