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 오곡이 익을무렵 동서는 죽은 남매를 반씩 꼭닮은 아들을 낳아 새로운 희망과 빛이 그 가정을 다시 밝게 비추었다. 또한 덤으로 재물까지 주시어 서해안 개발 붐을 타고 땅부자가 된 시골집은 지금은 당진시내 고층아파트에 살면서 자가용 타며 농사짓는 가정이 되었다. 시어머님의 굳은 믿음을 따라 열심하던 작은집에 시련이 닥쳤을때 신앙 문제로 어머님이나 작은집은 많은 갈등을 겪었다고 하였다.
정말 한치앞도 모르는 우리 인간들이 하느님의 크신 뜻과 계획을 어찌 알겠는가 라는 깊은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주셨다. 우리집도 남편이 중동 근무를 계속 할때였는데 89년 가을에 6개월전 휴가를 다녀간 남편이 손을 좀 다쳐서 돌아온다는 전보가 날아왔다. 회사에 알아보니 공항에 나오면 알게된다는 연락뿐이었고 11월15일에 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 나가보니 앰뷸런스까지 대기한 것을 보고야 크게 다친 것을 예감했고 출구로 나오는 남편은 오른팔을 잃고 돌아온 것이었다.
의료기관이 뒤떨어진 그곳 수술이 잘못되어 재수술받고 몇달간 병원 생활을 마친후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미친듯이 좌절하기 시작했다. 기술에는 손꼽힐 정도로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20년 가까이 근무했으며 중동까지 가서 십년을 일해온 남편은 아직 한창 일할 나이에 오른팔을 잃었으니 그 절망은 말할수없이 컸지만 무엇보다 장애아 딸을 보면서 더욱 좌절했다.
그런 남편을 옆에서 지켜보며 격려해야하는 나 역시 한동안은 무척 힘들었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 밤잠을 못이루곤 하였다. 큰 회사의 비정함인지 병원 면회도 한 번 오지 않은채 보상금 이천팔백만원으로 매듭짖고 말았다. 남편은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도 많이 하고 때론 무섭게 화를 내어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때 나는 용기있게 남편을 향해 당신의 그 고통과 괴로움은 신앙의 힘으로만 이길수 있다고 말해주며 다른 곳으로 옮겨가자고 했다. 주님의 뜻은 참으로 오묘하심에 이곳 산곡2동으로 이사온후 남편은 교리를 배우기 시작해서 다음해 세례받고 지난해는 견진성사까지 받게 되었다. 정말 또 놀라운 일은 기계를 하나 사서 다시 일을 시작한 남편은 남들은 두 손으로도 힘든 자동차부품 가공일을 왼손 하나로 해내며 내 손에 생활비를 전해주고 있다. 성격도 변화되어 더 밝아졌고 주일미사는 앞장서며 나를 재촉한다. 남편과 아이들 가운데서 손잡고 기도드리는 순간 내가슴은 기쁨에 눈물이 넘쳐흘러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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