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표현된 두 건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급류에 휩쓸린 두 국교생을 구한 후 숨져간 한 개신교 목사의 경우이고 또 하나는 실족한 동료를 구하려다 7명이나 바다에 희생된 까리따스 수녀회 수녀들의 경우이다.
이 두 사건은 물과 관련되어 일어난 점에서 특히 여름철 물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었을 뿐 아니라 개신교의 목사와 가톨릭의 수도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오늘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두 사건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먼저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8 경애교회 오동희 목사의 사건은 7월12일 금성명 명덕1리 쌍개천에서 있었다. 이날 낚시를 하러갔던 오 목사는 두 어린이가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는 것을 목격, 바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오 목사는 급류와 싸우다 지쳐 탈진한데다 머리를 돌에 부딪쳐 혼수상태에서 경찰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두주일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다가 24일밤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오 목사의 나이가 68세라는 사실이다. 고희를 앞둔 노인이 나이도 잊은 채 그 같은 위험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평소 그의 삶이 어떠하였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는 20여 년간 근목으로 근무하다 76년 중령으로 예편한 뒤 금성면 탑리 나환자 재활원인 경애원에 교회를 세우고 17년 동안 1백60명의 나환자와 가족 53가구를 돌보며 사랑을 실천해왔다고 한다. 그 같은 사랑의 끝이 두 어린이를 구하고 자신을 희생의 제물로 바친 것이다. 그의 죽음은 참으로 고귀하고 거룩해 보인다. 바로 살신성인한 것이다.
그리고 7월19일 삼척에서 하계수련회중 한 수녀가 실족, 파도에 휩쓸려 헤어 나오지 못하자 동료수녀들이 인간사슬을 만들어 구출하려다 7명이나 희생된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적인 눈으로만 보면 이들의 행동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연약한 여성의 몸으로 그처럼 험악한 파도를 대항해 아무런 구조장비 없이 맨손으로 바다에 빠진 동료를 구출하려한 용기는 참으로 놀랍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용기보다 더 앞선 것이 있었다. 그것은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극치의 사랑이 죽음을 뛰어넘게 한 것이다. 이들은 ‘까리따스’ 즉 자기수도회 명칭인 ‘애덕’을 살신으로 실증해보인 것이다.
목사와 수녀들의 거룩한 죽음을 오늘날 양심을 죽이고 권력과 부를 게걸스럽게 움켜쥔(殺身成富) 퇴폐군상에게 삶의 존귀함과 엄숙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덧붙여 죽음까지도 뛰어넘는 수도자들의 용기와 사랑을 확인하면서 우리 교회의 밝은 앞날을 내다보게 된다. 그들의 영혼이 천상에서 기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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