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조급증에 걸렸나? 너도 나도 허망한 욕구를 한꺼번에 만족시키려고 마구 달린다. 속도 숭배는 우리 시대의 집단적인 정신병이다. 토끼처럼 환상 즉 진보, 개발 실적을 향해 숨 가쁘게 질주한다. 무엇을 따라 잡으려고 저리 야단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문명의 양식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 같다.
모든 것을 정지시키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올 스톱(All-Stop)시키자. 활동을 멈추는 것, 사방의 생활양식을 보이콧하는 것, 하다못해 거북이처럼 모든 생활을 슬로우 템포(Slow tempo)로 조절하여 자신의 본성에 맞게 사는 것이 아주 적극적인 안식일의 수행, 사바트(Sabbath)라고 생각한다.
안식일은 모든 종교를 초월해서 우리 모두의 선생님이다. 김지하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반 생명 질서에 대한 부역 활동을 정지하는 안식일이야말로 실질적인 창조 활동이며 민중적인 저항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안식일은 이제 유대-그리스도교의 어떤 주제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문명창조를 위한 큰 굿이다. 안식일은 창조활동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위한 휴식, 즉 인간뿐 아니라 지구를 위한 휴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순히 활동하지 않는 것을 위한 시간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관계를 갱생하기 위한 역할과 의무를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다.
1987년 UN 환경프로그램은 종파를 초월한 연례 환경 안식 축일을 발족시켰다. 이 환경 안식일의 개념은 북미의 UN환경 프로그램의 뉴욕 연락 사무소 소장인 노엘 브라운 박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축일은 지구의 운명에 대한 종교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계 환경의 날(6월5일)과 연결시켜 개최되었다. 3일의 안식일 이후에 다양한 종교의 신자들과 전 세계의 종교지도자들로부터 온 열성적인 응답은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내년에는 우리 한국에서도 각 종파를 넘어서 환경 안식일을 제정하여 경축하면 어떨까?
노엘 브라운은 이렇게 말한다. “환경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도덕적 위기라는 사실이 나에게 충격적이다. 우리가 지구를 대하는 방식은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과 같다. 우리가 종교적 신앙과 관계없이 이 지구를 창조의 객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창조주를 믿을 수 없고 그분의 작품을 파괴할 것이다. 만일 우리가 우리의 종교 전통에 충실하다면 우리는 사랑과 보호의 대상으로서 지구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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