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정한 1994 국제 가정의 해를 앞두고 로마에서 열린 1993 가정축제에 따른 투웨이 시스템과 위성통신 중계방송을 서울에서도 시도해 봤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소수의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서 그날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국제라인을 통해 홍콩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들었다. 아시아 지역은 홍콩에서 투웨이 방송을 실시했는데, 홍콩으로 카메라와 마이크가 넘어갔을 때는 한국의 한 부부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무대에 나가 앉아있었다.
지역과 지역으로 연결하는 사이사이에 이번 축제에 대한 코멘트를 전화로 듣기도 하고 새가정 운동에 관한 설명을 하기도 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20만명의 새가정 운동 정회원과 수백만명의 호응가들이 각자의 삶과 일을 통해 가치 있는 길을 가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종과 문화와 전통을 뛰어 넘어서 정열적으로 또한 자발적으로 인생의 경험을 나누면서 그들은 서로 강한 끈으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물론 이것은 포콜라레 영성을 생활하는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운동이 처음 들어오던 1969년부터 몇몇 가정이 참여해서 새가정 운동의 터전을 마련해 지금은 이 이상을 깊이 살고자 하는 60여 가정이 있다. 3,4백명 규모의 큰 모임을 가진 적도 있고 해마다 3차례씩 모임을 가질 때는 1백여 명이 함께 하고 있다.
취리히에서 마약으로 고생하는 가정이 도움을 호소하는가 하면, 유고슬라비아에서 내란과 폭동으로 가정이 파괴된데 치를 떨면서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주십사’고 기도하고 있다고 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에우르 체육관에 직접 나와서 경험담을 말하면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는 듯 세계 각국으로부터 성금이 답지해 오기도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뉴욕에 연결했을 때는 미국과 캐나다, 카리브해 연안 국가 여러 종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졌고 특히 흑인 여가수의 복음성가가 사람들의 폐부를 흔들어 놓는 것 같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비디오 메시지에서 “포콜라레와 크리스찬뿐 아니라 천지창조 때부터 인류문화의 첫 번째 성사가 혼인성사이며 이 성사의 영신적인 핵을 이루는 사랑을 통해서 가정이 성숙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여기에 참석한 여러분 모두가 복된 사랑의 전달자가 돼 달라”고 당부하면서 교황강복을 내렸다. 교황성하는 또한 6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봉헌한 장엄미사 강론을 통해 “세상에 돌아가면서 사랑의 증거자가 되자”고 말하고, “가정이라는 특별한 공동체는 영원한 공동체이며, 항상 새로운 사랑으로 새롭게 가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간의 사랑과 새로운 삶을 당부하기도 한 교황은 “새가정은 포콜라리니(Focolarini)들의 커다란 경험 속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교회도 1994년을 기념할 것이라면서 유엔과 연대해서 가정이 사회의 세포라는 점을 깨닫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다음날 까스뗄 간돌포에서 막을 올린 새가정학교에서 교황청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알퐁소 추기경은 이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교황님은 이날 바티칸 장엄미사 끝에 끼아라와 포콜라레 운동, 그리고 ‘새가정’ 모두에게 축복을 보낸다고 했다. 특별히 가난하고 전쟁으로 추방당한 가정들을 위해 “여러분의 가정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당부한 교황님 말씀과 “여러분 가정에 사랑이 꽃피게 해야 하고 절약은 축적이 아니라 앞날에 대한 배려이며, 나눔으로써 사회를 변화시켜 가야한다”고 한 끼아라의 메시지를 마음속 깊이 간직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폴란드에서 온 10가정 중에 한 부부를 만났는데 우리가 15시간 남짓 비행기로 날아갈 수 있었던데 비해 그들은 무려 32시간의 지루한 버스여행 끝에 로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새가정들과 이번 축제에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몇 해 전까지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이라며 모두들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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