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때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대세를 드림과 동시에 우리 식구 중 아버지만 빼고 여섯 명 모두는 1965년도에 세례를 받았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 주기도문, 삼종기도 등을 열심히 외우면서 성당을 재미있게 다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싫증을 느껴 교리시간이 지루했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입학시험만 보고 등록금이 없어 엄마께서는 회사에 취직하라고 권하여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부평 4공단에 있는 전자회사에 입사하였다.
재미있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3교대 근무 중 밤근무를 끝내고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뒤에서 중학교 동창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쟤! 조순희 아냐? 고등학교 못 갔나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열등감에 빠져 얼굴이 새빨개져서 집으로 돌아와 밥도 안 먹고 3일간을 이불속에서 소리 없이 울었고 회사에 가서도 온통 고등학교 못 간 것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나에 대해 얘기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거려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이런 나를 보신 엄마는 “아프면 병원에 가보자”고 하시고 나를 데리고 같은 신자분이 하시는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게 하셨다.
그 의사선생님께서는 “이 학생에게 자극적인 말과 행동은 하지마세요!”하시며 혈관주사를 오른팔에 놔줬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은 또 “지금 무척 심장이 안 좋으니 안정시켜 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해 집에 와서 약을 먹고 누웠으나 5분 지나니까 갑자기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심장이 벌렁벌렁 용솟음치는 것이었다. 주인집 아줌마까지 동원되어 손발과 가슴 쪽을 찜질을 하는 등 한바탕 소란을 피웠으나 차도가 없어 결국 기독교병원에 입원했다. 없는 돈에 입원까지 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병명도 없이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병원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퇴원을 하였다. 입원기간동안 병원비 걱정과 심약해진 정신으로 먹지를 못해 몸이 탈진한 상태에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에 귀에서 무슨 소리가 자꾸만 들려왔다. “너는 먹지도 말고 잠이나 자, 먹으면 죽어”하는 소리가 항상 귓전에서 들려왔다. 이런 이야기를 엄마께 하니 엄마께서는 겁이 나셔서 성당 다니시는 할머니 몇 분을 모셔오셨다. “어휴! 빚이라도 얻어서 고등학교 보내줘야 하는 건데, 저러다 잘못될까봐 걱정이에요. 제발 할머니들이 기도 좀 해주세요! 병원에서도 못 고친다니 어쩌면 좋아요”라고 우시면서 매달리셨다. 할머니들께서는 며칠 동안 계속 오셔서 나를 위해 기도를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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