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여자 탤런트의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가 크게 히트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소 코믹한 몸동작을 곁들여 시종일관 표정이나 감정의 변화 없이 노래하는 그 모습이 자주 TV화면에 등장한다.
벌써 수십 년 전 세상에 떠돌다가 묻혀버렸던 이 구전가요가 오늘날 다시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노래의 가사가 현 세태를 잘 반영하고 또 서민대중의 심리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십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아마도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진짜와 가짜의 차별의식이 이 노래를 계속 인기 상승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절대다수의 못난 진짜들이 극소수의 가짜들을 노래로나마 내리눌러 다소의 스트레스라도 풀 수 있기 때문에 이 노래가 당분간 높은 인기를 계속 누릴는지 알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짜와 가짜의 대립과 싸움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소위 실명제의 전격실시로 전국이 마치 벌집을 건드려놓은 듯 소란스럽고 야단법석이다.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국민의 87%가 실명제 실시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나머지 13%가 문제이다.
이들이 실명제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가 그야말로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애국적 충정 때문일까, 아니면 피치 못할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일까? 아마 그런 사람도 손에 꼽을 만큼 극소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외 모두는 검은 돈, 부정한 돈을 움켜쥐고 있는 가짜들임에 분명하다.
김영삼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는 “자기이름 석자로 예금하는 이 제도가 실시되기까지 참으로 긴 세월동안 방황” 해온 것이 사실이다. 참으로 낯 뜨겁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다수의 국민과는 상관없는 소수 가진 자들의 가짜행각이었고 이들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가 오물을 뒤집어 써온 것이다. 소수의 가짜들 때문에 절대다수가 더 이상 오염된 물속에서 살수는 없다. 그들은 마땅히 가려지고 상응한 법적제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실명제는 과거 단죄보다는 건전한 금융관행 정착과 수고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는 정의사회 실현에 그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8·15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강론에서 “실명제 성패여하에 나라의 운명이 좌우된다”면서 “지금 문제는 가진 자들에게 있으며 이들이 실명제를 겸허하게 수용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 신자들 중에 또 우리 교회 가운데 가진자로서 가짜행세를 해왔다면 이번 기회에 참회하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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