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 들어주기를 곧잘 하던중 우연히 인생을 포기할 정도의 가슴의 멍을 지고 가는 이들의 사연을 잘 들어줄수 있는 상담원을 모집한다는 문구가 눈의 띄었다. 1978년 생명의 전화 상담원의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아직 인생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저 배운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학ㆍ철학 등 인생공부에 도움이 되는 부문들을 배우고 서로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였다.
그 후 줄곧 5년간의 상담원 생활을 거치면서 매우 많은 부문을 터득하고 내 생활자체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중 가톨릭 신자들이 주축이 되어 사도회관 다락방에 최선웅 신부님을 주축으로「나눔의 전화」를 개설하던 때가 그리워진다. 열성을 가지고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이들에게 말벗이 되어 주고자 이루었던 일들이 가슴 뜨겁게 열정으로 내디뎠던 나눔의 전화의 시초이다.
지금은 비록 현장에서 같이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깊은 애정으로 되새겨본다. 상담원으로서의 기쁨을 나름대로 발견하고 있기에 현재는 거의 비슷한 소비자운동 쪽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본당의 어머니교사로서 구역반장을 겸임하면서 나눔의 전화 상담원을 하기 어려워 포기했던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사회의 밀알이 되고자 노력했던 일이었기에 애착이 갔다.
지금도 명동성당 앞을 지나다 보면 다락방으로 올라가고픈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또 다른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의 동참으로 엮어져가고 있을 그 자리는 그들의 몫이고 또 다른 소비자 불만을 들어주는 나의 몫을 철저히 지키고싶다.
돌이켜보면 미약하고 나약하지만 큰 재목으로 거두어주시는 이에게 감사할뿐이다. 양쪽 귀를 기울여 그들의 요구에 가깝도록 들어주려고 애쓴다. 작은 일이지만 상담을 원하는 이들보다 상담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많을때 이 사회는 더욱더 밝게 정화되리라고 본다.
본 모임에 인생상담을 의뢰해 오는 경우 내 활동의 모체인 나눔의 전화로 안내해 줄 때 왠지 그분의 고민거리를 내가 해결해 드린양 마음이 홀가분하다.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들어주기만 해도 밝아지는 이 사회를 바라보면서 상담원은 어떤 분야에서든 해봄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눔의 전화 상담원이 7기가 되었다니 감개무량하다. 지도신부님도 바뀌고 장소도 바뀌었지만 계속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