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내 가족같이’라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원주의 작은 찻집에서 농아들에게 기금을 마련코자 수화로 노래하는 대학생들의 동아리모임을 보고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앙코르를 해달라며 내민 나의 작은 성의에 그들은 매우 고마워했다. 이는 대학생들만이 책임져야 될 부분이 아님에도 말이다. 이렇듯 ‘장애’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갈 때면 문득 23년 전 중2년 주일학교를 맡았던 때가 생각난다.
그 해 여름 본당에는 수련회라는 것도 없이 여름 성경학교를 할 때 획기적인 생각으로 본당 신부님을 졸라 현재 서울대공원 자리로 변해버린 청계산 밑의 친구집을 빌려 20여 명의 학생들을 인솔해 서울을 떠나기로 하였다. 또 영보수녀원에서 피정을 겸하기로 할 계획이었으므로 모두 들뜬 마음으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 학부형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우리반의 소아마비인 요셉의 어머님이셨다. 우리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데 어쩌면 좋겠느냐? 엄마곁을 떠나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보내야 옳을지 모르겠다고…. 당연히 참여해야 되지 않느냐고 태연히 답하는 나를 바라본 요셉의 어머님은 오히려 걱정이 태산같단다.
대학생이던 남동생은 아예 요셉만 보아주기로 부탁하고 목발을 사용하지만 절대로 도움을 청하기 전에는 곁에서만 보아줄 뿐 참견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걱정하시던 어머님은 그 고마움을 갓 구워낸 카스텔라를 바구니에 담아 용산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배웅 나오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2박3일 동안 완전히 요셉을 위한 화려한 외출이 되었을 만큼 환하게 피어나는 그 모습은 오히려 황홀하기까지 했다. 수련회를 다녀온 이후 변화된 성격을 보면서 요셉의 어머님은 무척 고마워하셨다.
특별한 차별 없이 당연한 것처럼 행동해 줄 때(이는 무관심과는 별도의 감정으로) 참된 눈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이라 믿는다. 외모가 장애인이면 그로 인해 참고 견디는 굳건한 내면의 세계가 쌓여지지만 요즈음같이 내적인 장애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대병들은 그 누가 동정하며 손을 내밀어 치유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크나큰 마음의 병 외로움을 장애로 키우는 현실을 외면만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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