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곳곳에서 변화와 개혁의 행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변화와 개혁은 공직자의 재산공개에서부터 과거 의혹사건들에 대한 성역없는 조사 그리고 최근의 금융실명제 등 가히 의외적이고 충격적인 방법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 변화와 개혁은 외부로부터 강한 힘이 가해져서 일어나는 인위적이고 비자발적이며 소수인에 국한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새 정부의 통치이념이나 정책을 전폭 수용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는 진정한 변화나 개혁의 모습은 아닌듯하다.
그렇게 비춰지는 이유는 과거 30년 이상 몸에 밴 부패와 부정의 사회구조와 관행을 6개월의 단시간에 탈피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새 집권층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부류와 수구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변화와 개혁에 동참하는 것이 자칫하면 자기만 손해보는 듯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눈치작전이 어디서나 치열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단은 지켜보는 관망상태인듯 싶다. 곧 겉으로는 따라가는 척하면서도 실속은 한발을 빼고 있거나 여차하면 다른 차를 갈아탈 태세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새 정부의 변함없고 정직하며 공정한 개혁의지와 실행관이 진정한 의미와 변화와 개혁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출범 6개월을 맞아 한국 프레스센터가 최근 전국의 성인남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치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달라진 것이 없는 집단으로 첫째가 종교계(58.5%)이고 다음이 검찰(46.3%)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은 종교계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그만큼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작 앞장서서 달라져야할 종교계가 마치 ‘회칠한 무덤’처럼 겉과 속이 다르다고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는 지적되지 않았으나 대체로는 부유해 보이는 종교건물들이나 많은 재산의 소유, 종교지도자들의 호화사치 생활 그리고 비신앙인들과 조금도 다를바 없는 신앙인들의 흐트러진 삶의 모습들이 그렇게 비쳐졌을 것이다.
우리 가톨릭도 여기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는 60%와 매년 이어지는 구도자수의 감소는 분명 상관이 없지 않을 것이다.
9월 순교자성월을 맞으면서 우리 신앙선조들이 물려준 이 교회가 진정 이 시점에서 달라져야할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타이름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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