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시부모들이 와 계셨고 시어머니는 아침을 짓고 계셨다. “죄송합니다.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기에 포장마차에 있다가 오는겁니다”라고 사실대로 말씀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는 “그걸 어떻게 믿느냐”고 하셨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남편도 알았다고만 할뿐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수습될줄 알았던 일이 자꾸만 커져 급기야 이혼이야기까지 오고갔다.
성실함 하나만 믿고 살아온 남편이 부모님 앞에선 “당장 이혼하자”며 큰소리를 치고 뒤돌아서서는 나없인 못산다고 싹싹 빌었다. 나는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런 남자와 살아왔나 싶은 배신감과 자괴감에 휩싸여 고민하다가 결국 이혼을 하고 말았다.
가슴에 응어리진 것들을 간직한 채 살아온 세월, 친정에서의 그 지겨움을 잠시나마 피해보고파 시댁에 정말 열과 성을 다했던 그 세월을 뒤로 하고 돌아선 나에게 기다리는 것은 고난의 세월뿐이었다.
두 어린 자식이 보고픈 그리움에 사무치며 어느 회사에 취직하여 다니던 중 손이 떨리고 온몸에 힘이 빠져 일어설 기운조차 없기에 병원에 갔더니 간염에다 방광염까지 겹쳤다고 했다.
겁이 났다. 편이 쉬고 잘 먹어야 된다는데 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친정에 들어갔다. 집에서 어머니는 “이혼한 주제에 어딜 돌아다니냐”며 나를 못살게 굴었다. 어머니는 말씀 중에 꼭 이혼얘기를 잊지 않아 내 속은 썩을대로 썩었다.
그러다 하루는 어머니가 나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으니까 아버지께서 “저년 때문에 집안이 시끄러워 못살겠다. 나가, 이년아!”하였다. 그래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나는 여비 한 푼 없이 무작정 집을 나왔다.
밤거리를 걸으며 눈에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주님! 난 자식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했으니 벌받아 마땅하지요. 하지만 제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는지 너무나 외롭고 고통스럽습니다. 자식 두고 방황하는 제 마음 당신은 아시지요” 마음속으로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왔다.
방황과 새 삶 사이에서 거듭 고민하다 상경하여 어느 다방에 취직하여 근무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바삐 일했고 간간이 틈을 내어 나의 취미인 편지를 쓰곤 했다. 부칠 데가 없는 편지. 그 속에서 주님을 만났고, 이 만남은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주님!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해주신 은혜 감사드립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며 살게 해 주십시오”난 날마다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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