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야-.
어쩌면 매일 소비자들로부터 상담을 받은 본인이야말로 요지경세상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다. 상상도 못할 일들이 시각을 다투며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쌍방에서 잘 합의된 계약이라든지, 서로가 신뢰된 상황에서의 판매라든지, 품질가격·계약·서비스 등이 적정선에서 구매 또는 판매된 상황이 아닌 거래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몇 년 전 85%의 적중률은 갖고 사용자가 원하는 아기의 성(性)을 마음대로 선택, 출산한다고 판매되었던 아방약품의 ‘렌타초이스’라는 제품이 떠오른다.
인간의 존엄성과 함께 주어지는 생명의 신비야말로 함부로 인간의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것인가. 더구나 남녀의 몫을 인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광고가 허위 과대광고임을 지적하여 일간지에 사과광고와 더불어 경제기획원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바 있었다.
그 후 수년이 지났지만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남아선호사상이 이토록 심각할 줄이야….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이 아들을 원하든지, 딸을 원하든지 임의대로 낳을 수 있는가. 현품을 보고는 어처구니없이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을 원망조차 할 수 없었다.
제품상자속에 간단한 제품사용설명서가 있는 비디오테이프, 온도계(기초체온을 재는) 휴지조각 등이 있을 뿐인데 가격은 30만원 상당이었다.
신경쓰지 않고 주님의 선물인 임신을 알았을 때 확인할 수 있는 아들·딸이 될 수 있는 확률은 50:50이 아닌가. 이렇게 놓은 확률을 못 믿어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거금을 들이고 신경을 쓰고 하다니….
판매방법 또한 아들을 원했는데 딸을 낳았거나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을 경우 환불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전등본을 첨부하고 병원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하는 등 지금은 그때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면서 환불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환불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상담이 종종 들어오고 있다.
미국산이므로 임상실험을 통한 통계라고 선전하고 있어 자료를 요구해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과학적인 문제를 가장 비과학적으로 응용하여 생활하는 이들이 있어 바로 세상도 요지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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