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 사노라 살아도
때때로 삶터 웅덩이 같고
미지근한 의욕이 하품을 하면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네
물이 깊은 물속으로 흐르듯
사라의 깊은 마음 길 속을
유순히 적시며 흐르려 해도
돌멩이와 이끼에 자주 걸릴 때
불현듯 아주 멀리 떠나고 싶네
황홀한 색의 향연 곳곳에 열린
봄 여름 가을산, 가을산에는
영롱한 단풍잎 나풀 거리고
초대장 없이도 온 숲이 술렁이며
귀빈인 듯 반가히 맞아 주었네.
저녁 내음 솔솔 솔향처럼 진하고
이미 뵈지 않는 산 그림자 길게
내 가슴 마당에 성큼 누울때
도란 도란 숨쉬는 저녁혼의 숨결은
두고 온 내 아이 숨결 같았네
아직도 철없는 엄마 가슴을
수호천사 날개에 얹고
되달려온 삶터에
누가 갖다 놓았을까
하늘 빛 푸른 물
그 물속에 출렁이는 십자가 사랑
무지개빛 가족의 정 출렁이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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