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편제’를 보거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어보면 ‘우리의 것’(뿌리)에 대한 감동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서구 것보다는 우리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람들도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니까 차츰차츰 더 깊이 있게 밀도 있게 근원적인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뿌리라고 할까? 고향이라고 할까?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할까? 자아를 찾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까? 서구 것에 대한 우리의 열등감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까? 피해의식? 서구 것과 우리 것에 대한 분별에서 봉합되고 있는 욕구라고 할까? 무엇이라고 하든 ‘우리 것’(독자성)으로 ‘보편적인 것’(세계적인 것)에 기여해야 하지 않을까? 토착화도 이런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식이든 토착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 신앙은 기층민들로부터 배척당할 것이다. 지금 그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80년 만에 부활된 안중근 의사의 신앙은 우리에게 자긍심도 주지만 제도교회의 잘못도 보게 한다. 혹시 우리 교회 안에 친일행각은 없었는지 반성하면서 역대 정권 때마다 우리 교회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올해 우리밀 수매량은 3만4천가마였다. 밀작황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천3백50가마를 제병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밀 제병」의 그 상징성 때문이다. 작년에는 일부에서 우리밀 성체를 영하였지만 이번에 전 교구를 대상으로 하여 우리밀 영성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운동의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귀한 우리밀 제병을 성직자나 수도자가 외면한다는 것이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사실 우리밀 제병의 작업은 아주 까다롭고 수입밀 제병보다 힘이 더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돈이 문제인가? 본당의 제전비가 우리밀을 사용한다고 해서 얼마나 더 들겠느냐? 중요한 것은 역사의식과 교회가 우리 현실의 문제를 끌어안고 우리 민족의 특수성을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