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월 백화점 할인 특매가 가격을 높게 설정하고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다하여 ‘백화점 사기 바겐세일’이란 거창한 이름이 탄생된 지 5년여 만에 1993년 8월13일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결국에는 소비자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일생을 통하여 송사는 할 일이 아니란 옛말을 톡톡히 체험한 것이다.
본의 아니게 법정 출입을 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이 문제는 형사·민사재판이 서로 앞 다투어 거의 같이 실시되어 실무자의 입장으로서는 매우 혼돈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법적인 체험(?)이 전혀 없어 처음 법정을 들어 설 때의 섬뜩함이란…. 더구나 여러 사건을 같이 다루다보니 TV화면이나 신문의 사진 등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포승의 모습들은 지금도 떠올리기가 싫다.
비록 속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의 액수는 소비자들이 포기하고 속임을 당했다는 정신적인 손해배상 부분만 승소하였지만 이렇듯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단체에서 대리는 했지만 처음으로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큰 유통업체인 백화점을 상대로 실시하여 그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던 각고의 노력이었으리라…. 결국은 사기임이 입증되었지만 제소한 소비자들조차 기억 속에서 까마득히 잊힐 때야 승소판결이 내려지는 일은 앞으로도 없어야 되겠다.
이 얘기를 다시금 꺼내는 데는 우리 소비자 의식이 더 높아져야 되겠고 소비자 문제의 발생시 그 참여도가 좀 더 적극적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형사재판이든 민사재판이든 재판이 열릴 때에 증인출두의 요청이 있을 때가 있다. 제소한 소비자들 중에 증인 3명을 참석시켜 달라는 법원측의 요구에 연락을 하다보면 직장인이라 바빠서, 애기가 딸려서, 다음에 해드릴 테니 이번만은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담당 연구원이 울면서 증인석에 나와 달라, 아기는 우리가 보아주면 된다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렇듯 내 문제이면서 전혀 내 것이 아닌양 일처리가 될 때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해야 되는지 가끔씩 회의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또 한편의 소비자들이 승소했다는 소식에 축전을 보내며 격려해줄 때는 “그래! 이 일을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랴, 나도 소비자인데…”
소비자의 권리인 나의 권리를 소비자단체에만 맡기지 말고 나도 그 일에 동참해야 되겠다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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