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흔적없이 바람처럼
강물따라 떠나버린 사람들
용두봉 벼랑 근처
다리절며 쓰러지는 해무리 지켜보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려 뒤를 돌아다보면
무리지어 웅성이는 칼바람 소리
“그래도 믿습니다!”
말 한 마디 끝맺기 전
봉두난발(蓬頭亂髮) 언월도(偃月刀)
미친 듯 춤을 추면
파랗게 질린 채 두 쪽으로 떨어지는
하늘과 땅
뽑혀버린 혓바닥에선 그래도
피보다 진한 모국어가,
상투없는 몸통에선 붉은 진달래
입담좋게 돋아나는데
오늘따라
양화대교에 적삼자락처럼 걸린 노을
양화진 나루터에 서글픈 해울음 흩날리고
천지를 가르던 피에 절은 칼
백년이나 지난 지금도 전시된 채
시퍼런 녹 독처럼 간직하고
누구의 목을 또 노리고 있는지
숨죽이고 다가오는 땅거미가 두려워
발길을 집으로 돌리는데
때마침 출항을 알리는 듯한
저녁 삼종기도 종소리
고개들어 하늘보면 돗 올리고
뱃머리 바다로 향하는 절두산 성지
눈안 가득 잠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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