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간 9월13일 체결한 평화협정은 가히 역사적이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큰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외신은 이 사건을 ‘독일 베를린장벽 붕괴를 능가하는 20세기 최대의 쇼킹한 사건’으로 보도하기도 한다.
미국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부시·카터 전 대통령, 라빈 이스라엘 총리, 아라파트 PLO 의장을 비롯한 2천5백여 명의 각국 외교관·외교사절·환영객들이 참석하고 또 이 광경이 세계 1백여 개국 수억의 시청자들에게 생중계 방송된 사실은 이를 잘 뒷받침하고 있다.
약 50분간에 걸쳐 진행된 평화협정 서명식은 1948년 이래 45년간 지속돼온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민족과 종교가 다른 두 집단이 공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협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족 양측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들과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의 길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협정의 주요내용은 서로가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은 점령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서안내 예리고시에서 팔레스타인 자치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치안은 구체적인 시행령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적지 않은 어려움과 혼란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족내부에서 이번 평화협정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도 각지에 흩어진 3백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과 1백만 팔레스타인 사이에 전략적 요충을 차지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민의 장래도 논쟁의 불씨로 남아있다.
그리고 향후 5년간의 팔레스타인 자치가 순조롭게 이루어졌을 경우 그 후속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것도 숙제로 남는다.
이스라엘 측에도 ‘땅과 평화를 교환’하는 라빈 총리의 결단을 이스라엘인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냐도 문젯거리다.
이러한 숱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평화협정에 서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중동을 세계의 화약고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우리는 중동의 평화가 세계평화의 징검다리가 된다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그곳이 우리들 신앙의 본고장이라는 측면에서 한층 더 중요성을 두고 있다. 매년 전 세계 교회가 성지 예루살렘을 위해 기도하고 헌금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교황 성하는 이번 평화협정에 대해 “이것은 아직도 어려움이 많이 남아있는 또 다른 험난한 길의 시작”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주님의 도시, 평화와 형제애의 십자로인 예루살렘으로 달려가는 내 마음은 지금 벅찬 희망으로 가득 차있다”고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신앙의 고향 중동땅에 진정한 평화와 형제애와 사랑이 꽃피도록 우리의 기도와 정성을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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