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미술가회가 인사동 공평아트센터에서 대전시회를 가졌다. 지난 2년간은 종교미술 연합 전에 참가하느라 독자행동을 유보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별 의미가 없다해서 2년만에 다시 가톨릭 미술가회 전시회가 된 것이었다.
가톨릭 미술가회는 신앙과 예술, 교회에 대한 미술가의 역할이라는 과제를 놓고 작품을 통해서 꾸준히 연구를 거듭해왔다. 지금 창립 25주년을 두고 있다. 더욱이 내년 2월에는 미술가의 주보 프라 안젤리조의 축일을 기해서 한국 교회미술의 발전을 위한 큰 모임을 기획중에 있는 것이다.
복자 프라 안젤리조는 15세기 이태리 수도자요 화가이며 시복된 지 10년이 지났으며 교황께서 미술가의 주보로 선포한바 있고 그것을 계기로 해서 서울 가톨릭 미술가회에서는 그분의 축일을「미술가의 날」로 정한바 있다. 그러기에 이번 전시회는 여러 가지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회원들 모두가 그것을 의식하였는지 또는 각자의 예술적 성숙도가 높아졌는지 아무튼 근년에 보기드물게 높은 수준의 전시회가 되었다. 가톨릭 미술가회 자체 문제인 것뿐만 아니라 한국화단 내에서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끔 굳건하게 자리하는 결과를 얻은 것이었다. 그것이 각자의 예술적 역량에서 뿐만 아니라 신앙이 예술 안에서 무리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에서 남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술이 종교로부터 떠나간 20세기라는 이 특수사정 속에서 위와 같은 현상은 한편 시류를 거역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 예술 본래의 자리로 회귀하려는 것 같기도 한 매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인데 한국의 교회는 이것을 주의 깊게 관찰할 수 있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회화, 조각, 건축, 공예 등 조형예술의 전 분야에 걸쳐서의 한국 예술가들의 성숙은 개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고 한국교회의 미래상으로 보아서 무방할 것 같아서 그런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가들은 직감을 많이 행사하는 사람들이 돼서 사고와 행동이 빠르고 일의 조건상, 문화의 수용과 소화정착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가들의 성과는 한국교회의 장차의 모습으로 보아서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다 같이 생각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가톨릭 미술가회에 이런 다방면에 걸친 고급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이것을 잘 받아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미술가들의 성숙도에 비해서 한국 교회미술의 허약상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 이번 가톨릭 미술가회 전시회를 보고서 이제는 교회가 나설 차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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