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대축일을 앞두고 본당의 예비신자 68명이 세례를 받았다. 6개월동안 한 주간에 이틀씩 교리반에 나와 공부를 하고 출석카드에 도장을 찍고 주일미사 참례표에도 도장을 받고 하느라 모두들 바빴다.
예비자들이 안정된 분위기에 편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잘 들어 깨닫고 입교할 수 있도록 레지오 단원들은 쁘레시디움별로 조를 짜서 추울 때는 일찍 나가 난로를 피우고 따끈한 차를 대접하고 더울 때는 시원한 음료수를 준비하여 봉사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대개 필기도구를 가져와 열심히 들으며 필기도 하고 교리책에 줄도 긋고 하는데 간혹 작은 메모지 한 장을 찢어 오거나 아예 필기도구는 없이 교리책 하나만 달랑 갖고 다니는 사람도 있어 “교리공책 하나 사 드릴까요?”라고 하면 너무 무안해 하며 “아, 예 제가 사겠습니다”라고 한다. 나는 내가 인도한 사람은 교리반 개강 때 노트를 한권씩 선물로 사드린다.
가끔 내가 인도한 예비자들과 함께 교리실 뒤에 앉아서 같이 교리를 듣고 있어보면 자주 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잘 알아들겠다는 듯 고개를 계속 끄덕이는 사람도 많다. 교리교사를 통하여 하느님 말씀이 그들에게 전해지고 사람들이 변화되어 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고 있던 사람도 영세할 무렵이 되면 의자에 앉는 자세부터 달라진다. 죄와 오만으로 차있던 지난 삶을 회개하여 청산하고 엄위하신 하느님 대전에 겸손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손을 모은다.
지난주일 오후 영세식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음은 거기 가 있었다. 이튿날 내가 인도했던 사람들과 몇몇 분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인사를 했다.
이제 신앙생활의 시작이니 교리책도 다시 복습하고 본당에서 신자 재교육의 일환으로 매월 실시하는 특강에도 부지런히 참여하여 본당 신부님께서 늘 당부하시는 ‘공부하는 신앙인, 실천하는 신앙인’이 되어 지행일치의 삶이 되라는 부탁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나는 지난날 시골성당에서도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살았던 때 3백20여 개의 문답식 교리책 하나로 독학 교리공부를 했던 일이 생각났다.
어렵고 생소한 용어들이 많았지만 다른 종이에 베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영세하기 위해 무조건 읽고 외웠다. 가톨릭신문의 책광고를 보고 영성서적을 구입해 읽고 당시 월간지였던 「가톨릭청년」과 경향잡지는 큰 도움이 되는 나의 벗이었다. 성서와 여러 교회서적들은 그리스도를 만나게 해주었고 하느님을 위해 온 삶을 바치고 싶은 열정으로 수도생활을 꿈꾸기도 했다.
성당이 멀어 교리반이나 주일미사에도 마음대로 갈 수 없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얼마나 행복한가. 일찍 사별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운 날들 끝에 당시 단 한사람의 신자도 없던 고향마을에서 하느님은 나를 부르시어 당신 자녀로 삼으시고 지금의 우리 가정과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수많은 교우형제들을 선물로 주셨다.
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날마다 가정과 세상으로 파견되어 가정성화와 더불어 전교활동에 참여하여 작은 힘이나마 하느님 나라를 위한 일에 보탬이 된다는데 자긍심과 감사를 드린다.
나라의 새 지도자는 비리척결을 날마다 하지만 새로운 비리가 꼬리를 무는 이 사회를 우리 신자들이 나서 모든 이가 하느님 백성이 되어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해야겠다.
예비자 감소와 냉담자 증가가 오늘 한국교회의 현주소라는 심각성을 깨달아 오늘을 사는 평신도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훌륭한 우리의 선조 순교자들의 신앙유산을 은혜로이 받들어 복음화 운동에 능동적으로 활동하리라 다시금 마음을 다진다.
또한 오늘날 도시본당의 비대화로 사목활동에 애로가 많은 본당 신부님의 협력자로서 교우 형제자매들과 일치하여 본당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헌신노력할 힘과 용기를 주시도록 하느님 도우심의 은총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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