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토요일이었다. 둘째시간이 체육시간이라서 즐거운 맘으로 운동장으로 나갔다. 배구 토스연습을 하고 체육시간이 끝나갈 무렵 체육 선생님께서 우리보고 모두 모이라고 하셨다. 별생각 없이 갔더니. “지금부터 선착순으로 저 배구공있는 데를 돌아온다!”
난데없는 선생님 말씀. 어휴, 그 지겨운 선착순 달리기. 난 빨리 쉬고 싶어서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나보다 빨리 뛴 애들이 많아서 뛰고 또 뛰었다.
드디어 도착할 수 있었다. 다른 애들 수를 세어보니 내가 열다섯번째쯤 되었다. 한숨을 푹 쉬고는 운동장 바닥에 앉았다.
내 뒤로 열명정도의 아이들이 더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 하시는 것이다.
“너희들 엎드려뻗쳐!” 기가 막혔다. 선착순으로 오라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인데… 그리고 나서 선생님께서는 아직 미도착한 아이들보고 교실로 들어가라 하시는 것이었다. 벌을 서고 있는 아이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정작 벌을 서야 할 애들은 교실로 들어가게 하고, 우리에게 이런 벌을 준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수업 끝나는 종이쳤다. 하지만 그만 하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점점 팔에 힘이 빠져오고, 얼굴엔 땀이 주르르…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니 더 그랬다.
내가 그 상황에서 생각한 것은 예수님이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 예수님을 생각하니까, 마음도 안정되고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10분이 지났다. 수업시작 종이 쳤다. 그제야 선생님은 “일어서!” 하고 아무 말 없이 교무실로 가셨다.
모두들 힘없이 교실로 갔다. 난 교실에서 멍하니 생각했다. 그 순간에 예수님이 내 맘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십분을 견딜 수 있었을까? 비록 힘든 체육시간이었지만 잠시만이라도 예수님을 생각했던 게 좋았고, 예수님은 항상 내 곁에 계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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