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짜가 짜가…’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의 일부다. 이 노래는 요즘 세상을 비웃듯 우리 생활주변에서 비틀거리는 춤과 함께 널리 유행하고 있다.
심지어는 동네 노래방에까지 버젓이 침투해 젊은이들로부터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18번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다니 이 노래의 위력 또한 대단하다 하겠다.
이 노래를 부른 탤런트 신신애는 하루아침에 레코드가 불티나게 팔려 돈방석에 앉았다고 하니 정말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세상은 요지경’ 이 노래는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의 비행을 풍자한 것으로 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공개를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의 허탈감을 지우기 위해 노래로 위로 받고자 하는데서 서민대중에 널리 퍼졌다고 볼 수 있다.
정말이지, 법을 주무르는 판·검사나리들의 재산마저 수억에서 수십억대에 달하니 할 말을 잃어버린 국민들의 한탄스런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윤리와 도덕을 가장 신조해야 할 그들마저 물욕으로 가득 차 있으니 이젠 누굴 믿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나. 그래서 그 잘난 사람들은 잘난 대로 한 세상을 멋지게 살고, 못난 우리 서민들은 못난 대로 못난 세상 한숨지며 살면 되지 않겠는가에 대한 물음과 함께 이 노래 속에 뼈저린 애환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노래가사에 ‘짜가 짜가’는 최근 돈을 무기로 삼아 논문을 대필해서 얻은 석ㆍ박사를 비롯, 실력이 없어 대학교수 자리를 돈으로 샀던 사람들, 남이 대신해 써준 문학창작품이나 서예, 그림 등으로 문필가, 예술가 행세를 하는 사람과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들어간 대학생, 공직을 뇌물로 바치고 턱걸이했던 사람들에 대한 비꼬는 가사라고 할 수 있다.
암울했던 40여 년의 독재정권을 거쳐 오면서 우리 주변에는 흔히들 출세하기 위해선 돈이 있거나, 빽이 있어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돈도 빽도 없는 무지렁이 서민들은 항상 내 신세 내 처지를 팔자소관으로만 돌리고 잘난 사람, 즉 팔자 좋은 사람들은 잘난 사람으로 살도록 버려두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실력이 있고 성실하게 살아도 대학 전임강사 자리에 집 한 채 값인 1억원이 들고, 중등학교 교사자리가 최하 3천만원 웃돌고, 별자리에 진급하는데 1억원, 공무원이 진급케이스가 되면 기백만원이 따라 다녀야 하고 사람의 병을 고치는 병원 레지던트 자리도 몇천만원을 줘야 한다 하니 돈하고 인연이 없는 사람들은 이 세상 어느 곳에 발붙일 곳이 있겠는가.
사실 이 얘기는 최근의 상황이 아니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들어 왔던 소리다. 지금도 대다수 국민들의 뇌리에 부정부패의 싹들이 자랄 대로 자라 뿌리박고 있으니 이게 지금 우리 사회의 골수같은 병폐라 할 수 있다. 돈이 안 들면 되는 일이 없고 오직 자나깨나 돈, 돈이 있어야 사람 행세를 할 수 있는 세상, 핏줄을 나눈 형제끼리도 돈이 없으면 이웃사촌보다 못한 비정한 세상.
우리는 이런 슬픈 현실 속에 살고 있지만 거의 누구나 알면서도 모르는 체 방관하며 살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 돈이란 무엇인가.
돈이 지배하는 세상은 결코 올바른 사회가 아니다.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 없다가도 있는 것으로서 빙글빙글 돌아야 살맛나는 세상이다. 오직 돈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세상은 썩어빠진 시궁창같은 세상이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은 한탕주의와 요행을 바라는 제도가 독버섯처럼 생겨나고 오직 위정자들의 욕구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진실을 거짓으로 왜곡시켜 버린다.
이젠 문민정부가 들어선지 6개월이 지났고, 이러한 ‘한국병’을 치유하자는 ‘사정의 화살’과 ‘개혁의 칼날’이 날마다 번쩍이고 있다.
이 사회개혁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치고 좋아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에 싸여 있다. 왜냐면 이미 가진 자들은 가질 만큼 가졌으니 그까짓 권력쯤은 이젠 없다 해도 충분히 자손만대까지 두 다리 쭉 뻗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못 가진 자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당장 어려운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으니 가진 자들의 불만에 덩달아 춤을 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이런 판국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개혁을 미루거나 비켜간다면 ‘한국병’은 영원히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어렵다고 바둥대는 사람들아, 이 시대를 참고 견뎌야만이 우리 자손이라도 튼튼한 세상에 새순을 돋울 수 있을 것이다. 문민정부가 걷는 이 길에 함께 고통을 분담하며 가야지만이 우리에게도 햇빛 돋는 내일이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는 이러한 때를 예비하여 성서에 말씀하고 있다.
“물질은 욕심의 상징이요, 욕심은 곧 인격의 몰락, 즉 인간으로서 사망을 뜻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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