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푸른평화 운동본부가 지금까지 수거한 우유 갑은 1백50t에 이른다. 1백50t은 적은 양이 아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하더니 종파를 넘어서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그리고 지역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우유갑 재생이 경제적 효율성에서 따져볼 때 공해를 더 유발한다는 이성의 논리를 앞세우지만 삶의 현장에서 뛰는 시민들은 느낌으로, 영성적인 자각으로, 그리고 직감으로 우유갑을 수거한다.
서울의 모신문사에서 쓰레기를 줄입시다고 요란하게 떠들지만 시민들은 우유갑 하나라도 재생시키려 한다. 문제는 시민의 깨어있는 행동을 조직화하는 실질적인 정부의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신문사들은 발행부수를 은폐한 채 독자들에게 자원 절약을 호소하면서도 너나 할것 없이 지면을 늘이고 왜 그리 많이 인쇄하여 25%정도를 포장도 풀지 않은채 그대로 쓰레기장으로 보내 버릴까.
우리 교회에서 내는 많은 책들, 자료집, 광고지, 팜플랫 등 꼭 그렇게 좋은 종이를 써야할 필요가 있을까. 창조질서의 보존을 다루었던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의 잡지들, 매일미사책,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낸 자료집(지구, 하느님을 배우는 학교)은 과감하게 재생종이를 사용하면 어떨까. 어느 수녀가 낸 화려한 시집들, 가장 돈을 많이 번 가톨릭 계통의 모 출판사는 재생종이를 사용하는데 왜 그렇게 인색할까. 자본주의 논리 때문에 그런가 그 놈의 돈 때문에 잘난 놈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놈은 못난대로 사는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최근에 우리 농산물 붐을 타고 교회안에 여기저기 매장이 생기면서 마치 슈퍼 마킷처럼 자본주의적 논리가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농민을 위한 길일까. 참된 직거래의 의미는 무엇인가 단순한 직거래주의자들이 농민을 위한 답시고 사이버 유기농산물을 범람시키고 있다. 서로 제것이 더 좋은 농산물이라면서 제 살 뜯어먹는 시장경쟁이나 벌인다면 이것이 무슨 꼴인가.
농심이나 두레유기농에 관심이 없는 도시사람들에게 그 힘겹게 지은 유기농산물을 돈 좀 더 받을 것이라고 내어 준다면 주체적 농민문화의 자존심은 파산될 것이다. 교회안에 직거래 운동은 창조질서 보존을 위한 도덕성과 함께 농민으로서의 주체성 회복과 도시 소비자들의 공동체적 의식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면 이 운동은 마치 유행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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