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주교회에 입교할 당시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군지역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회에 입교함에 따라 각 동리 마다 공소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불과 몇개월만에 이십여 개의 공소가 함께 생겨나게 된 것은 전능하신 하느님의 뜻이 아니고는 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정말로 열심히 기도하고 교리공부에 전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당시에 교리를 가르치는 분은 현재룡 비오 회장님 혼자이므로 이십여 개 공소의 예비신자를 다 감당하기란 불가능했기에 모든 예비신자는 스스로 교리를 암기 위주로 배워야만 했다.
본격적인 교리가 시작되면서부터 우리 마을에도 공소가 생겼다.
공소라고 따로 지은 것이 아니라 우리집 방 두칸 벽을 허문 것이었다. 그곳에서 예비신자 오십여 명이 공소예절 기도문으로 주일 첨례를 바쳤다. 주일이면 우리는 일주일동안 교리공부한 것을 예비신자 회장님으로부터 찰고를 받아야만 했다.
찰고를 받고나면 일주일동안 암기해야 할 과제를 받고 일주일을 보내는 교리기간동안 진도가 빠른 사람이 요리문답 총 3백20여 종목 중 2백종목에 도달했을때쯤 그해 예수님 성탄절이 다가왔다.
그러나 우리 군지역에는 성당이 없었기 때문에 신부님이 계시지 않았다. 성탄절을 맞아 군소재지 공소에서 비오 회장님의 주최로 각 공소 대항 예비신자 교리 경진대회를 열게 되었다. 우리 공소에서도 대표 십여 명이 참석하여 이십여 개 공소중 1위를 하면서 교리암기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되었고 나는 겨울을 보내면서 천주교 요리문답 한 권을 모두 암기하였다.
그러던 다음해 봄날 교구청에서 신부님 두 분이 오셔서 세례를 받게 되었으며 우리 가족들은 물론 우리공소 예비신자 모두가 함께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고 나는 기분이 좋아져 싱글벙글 했던 그때 모습이 생각나 이 순간도 싱긋 웃어보곤 했다.
그 후 나는 누구못지 않게 열심하였고 어쩌다 주일 첨례를 한번 궐하게 되면 지옥에라도 빠질듯한 죄책감에 휩싸여 하느님께 나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나는 그때 천주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너무도 불쌍하게 보여 그들에게 전교를 하였고 또 짧은 교리 실력으로 개신교 신자들과 토론하다 가끔씩 언성을 높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난후 견진성사를 받았다. 경진성사를 받고나니 어른이 다 된 듯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기분이 들면서 나에게는 무서운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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