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사무실이 있다보니 출퇴근시에 옛 서울고등학교 자리의 경희궁 공원을 지나게 된다.
그곳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중 하나는 공원내의 의자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다. 수년전 행려자들이 거리에서 자취를 감춘뒤 볼 수 없었던 상황들이었는데 요즘들어 간간이 눈에 띄어 유심히 살펴본다. 혹시 연세가 많은 분들은 아닌지 혹은 치매에 걸리신 분은 아닌지….
인간의 삶이란 여러모로 변화무쌍한 것이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이든 것을 알았을 때의 허무함을 누구나 맛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20여 년 전 해산의 고통을 느끼며 아이를 출산후 육교위의 거지들에게까지도 생명의 귀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들의 부모도 나의 지금의 생각과 똑같이 귀중한 생명이었음을 실감했을 텐데 현재의 삶이 어떠한가에 까지 생각이 미치자 참으로 쓸쓸한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까 행려자들을 수용하는 단체에 버려지는 노인들이 많아진다는 보도를 접한다. 몇년전 남의 집에서 막일을 도맡아 하던 노인이 자녀들이 맡아주지 않아 같이 살지 못하고 있다 덜컥 병이 들어버렸다. 꽃동네에 가고 싶다고 하여 어렵사리 주임신부님께 서류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하여 겨우 모시고 갈 수 있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우리는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꺼이꺼이 우시는 것이었다. 결국에는 다시 모셔다 놓았지만 결국에 집을 뛰쳐나가 행려자로 어디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만 접했다.
또 지하철 내에서는 매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맹인들의 노랫소리에도 익숙해졌다. 얼마 전에는 다른 맹인과는 달리 성모님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는 감회가 달랐다. 성가를 부르는 모습은 매번 볼 수 있었지만 감미롭게 들려지는 성모님 칭송에 관한 성가는 나의 마음을 매우 가볍게 흥분시켰다.
웃어른들의 “세월이 무상하다.… 나이 들면 어려지고 야속한 것이 많아진다”고 하시는 말씀을 가슴에 새겨본다.
지금 이 시점의 나의 삶을 기뻐하며, 축복의 날들이라고 자위하며 살아가는 것도 내 인생의 참 디딤돌이라고 재삼 확인했다.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신희원씨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성신여대 음악이론 강사 송지원씨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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