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이게뭐지?”
어깻죽지에서 기어가고 있는 생물을 잡아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소매 끝에서 툭 떨어져 나온 건 메뚜기란 녀석!
전철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메뚜기를 주위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쳐다본다. 아가씨 한 명은 입을 가린다. 나도 기가 막히고 너무 놀라 당황하면서 메뚜기를 얼른 집어 가방 속에 넣었다. 시골 친정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오던 길이다.
수녀원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자 또 한마리가 나왔다. 그것을 보자 나는 야릇한 느낌과 함께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메뚜기는 이제 나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고 있었다. 메뚜기 두 마리가 시골 풀숲에서 삭막한 도시까지 목숨 걸고 따라온 것이다.
메뚜기 두 녀석이 내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는 말인가? 자연의 품안에서 맘껏 뛰놀고 자연과 벗하며 지내온 나날들을 못 잊어하는 나. 도시의 시멘트 바닥과 하늘을 가린 건물들 속에서 느껴져 오는 메마름이 싫어서 마당 한쪽에 서있는 나무들에게 자주 시선을 던지는 나. 그러나 나를 메뚜기는 측은히 여기시는 예수님의 마음되어 무작정 따라왔단 말인가.
도시 한복판의 우리 동네는 산동네라 불리는 곳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을 바라보면 숨 막히고 삭막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마당에는 삐죽삐죽 솟은 푸름이 있고 옥상에는 야채, 화초, 나무들이 심겨져 있다.
인간의 마음은 다 똑같은가 보다. 이렇듯 우리는 자연의 품을 그리워하고 자연은 우리를 부르고 있다. 오늘도 메뚜기는 나를 따라와 자연에의 그리움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안길 수 있는 하느님의 품이 있기에 도시의 온갖 소음과 메마름을 잊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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