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예언자가 횃불을 들고 신전을 향해 급히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예언자에게 왜 횃불을 들고 신전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예언자는 사람들이 하느님보다는 신전 건물에 더 관심을 쏟기 때문에 신전 건물을 태워 버려야겠다는 것이다.
구약성서를 보면 구약의 대표적인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때 백성들에게 부역 등 많은 부담을 주었다. 하느님의 백성은 불평을 하였고 예언자는 백성의 불만을 왕에게 이야기 했다. 가톨릭교회의 중심인 성 베드로 대성당을 지을 때도 많은 무리가 있어서 문제가 생겼다. 결국 그것은 종교분열이 일어나는데 하나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유럽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웅장하고 으리으리한 많은 교회건물들이 텅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곳의 몇몇 신자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부유하게 살지만 헌금할 때 겨우 1달러짜리 하나 정도 낸다고 했다. 교회의 돈이 건물이나 사제관 등에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 헌금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 대신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의 모금에는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태도를 보면서 성당에 헌금 적게 하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이들의 마음이 교회에서 떠났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서글펐다. 마음이 떠났으니 교회에서 활동이나 봉사를 하지 않음으로 교회는 활기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므로 그들을 받아드릴 성전과 건물을 곳곳에 짓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느 정도 희생을 해야겠지만 때로는 너무 크고 화려한 건물을 짓기 때문에 신자들의 부담이 커서 불평이 많다. 어떤 평신도 지도자들은 우리 교회가 가장 잘 하는 일은 건물을 짓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요즘 냉담자가 많이 생기는데 그 원인 중에 하나는 교회에서 금전적으로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 때문에 부담스러워 교회에 나가기 어렵다는 노동자들을 보았다. 통계를 보면 가톨릭 신자들은 우리나라 국민들보다 경제적인 수준이 높다.
그래서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이 헌금으로 교회 건물들을 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도시의 60%가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이라는 신문 발표를 본다면 돈 이야기에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비록 숫자가 적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 물질적인 부담 때문에 교회에 나오기 어렵게 되었다면 그것은 큰 문제인 것 같다. 성서의 하느님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 편에 계셨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로 오시고 그들의 벗이 되신 예수님의 정신과 멀리 있는 것이다. 많은 신학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떠나게 하는 것은 예수님과 멀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성서에서 성전은 ‘하느님의 집’ ‘기도하는 집’이라고 했다. 예수님도 성전에 대하여 깊은 존경의 뜻을 표하였다. 그분은 아버지를 만나는 집으로 가듯이 대축일을 맞아 먼 길을 걸어서 성전에 가셨다. 그러나 그런 성전이 장사하는 곳으로 변했을 때 몹시 분개하시며 정화시키려고 하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좋은 심성을 갖고 있다. 복음의 말씀에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런 사람들이 교회에 많이 나와서 필요한 교회 건물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의 마음이 실망이나 상처를 받으므로 교회역사에서처럼 교회에 등을 돌리게 될까 걱정이 된다.
“성전을 짓다보면 마음의 성전이 무너지기 쉽다”라는 말이 있다. 또 교회역사를 보면 한때 성전을 건축하기 전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고백성사를 보았다고 한다. 하느님의 집을 깨끗한 마음으로 지어야겠다는 거룩한 생각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번성할 때 이미 멸망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라는 말을 우리 교회도 다시 음미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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